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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15. 2024

필사라는 땔감

2024.5.15. 수. 따스한 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13p

내용:

 글쓰기를 앞으로 내 인생을 이끌어갈 도구로 삼는다는 생각을 하자.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매일 생각을 다듬어 그것을 글로 남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자. 그 시작을 붙들고 늘어져서 시간을 끌다 보면 습관이 된다. 콘텐츠는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을 믿고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을 멈추지 말자. 망설이고 미루기는 충분히 했다. 이제 한발을 내딛듯 첫 문장을 쓰고 이어가는 일만 남았다.

원고지,싸인펜,16분,정자체,10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MUrdTAuhoj8?feature=share

 최옥정은 작가다. 이력이나 걸어온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오늘 필사한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그녀는 작가다. 작가와 저서는 필요충분조건의 관계다. 책을 내야 작가고 작가는 자신의 책이 있어야 한다.


 나는 작가가 아니다. 회사원이자 글씨 유튜버로 살고 있는 평범한 중년이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엄두도 내지 못하던 작가라는 꿈의 씨앗을 뿌린 건 공교롭게도 가장 큰 절망의 시기였다.  2년 반 전 뇌경색으로 건강을 잃고 회복과 재활을 위해 이듬해 봄 내내 광안리로 가는 방파제 길을 매일 걸을 때였다.


 어지럼증의 후유증 덕분에(?) 빠르게 걷지 못했다. 천천히 걷다 보니 반나절을 걸어야 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달팽이 걸음으로 세상은 느리게 지나갔다. 시력도 덩달아 세상을 슬로비디오로 관망하게 되었다. 그와 비례로 어지러운 머릿속은 큰 병에서 오는 근심과 각오들로 흘러넘쳤다.


 그 잡념들을 방파제 길에 흩뿌리고 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글을 써서 뇌를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글이라는 씨앗을 마음 한구석에 심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작가라는 꿈도 싹튼 것 같다.


 오늘 필사에서 최옥정 작가는 글쓰기를 남은 인생을 태우는 불쏘시개로 간주했다. 글쓰기를 습관화한다면 잔잔한 불씨를 활활 태우는 공기주입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래서 매일 써라 했다.


 필사 덕분에 한 달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매일 밤 필사 방송을 마치고 한 걸음씩 앞으로 가고 있다. 2년 전 방파제의 그 걸음과는 완전히 같고도 다르다. 느리지만 희망찬 보폭이다. 지금의 한 발, 두 발이 어쩌면 남은 인생을 활활 태워줄 장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걷고 걷다 보면, 땔감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글 쓰는 작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작가라는 번개탄을 만날지도 모른다.


글씨 잘 쓰는

글쟁이가 되고

싶은 밤이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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