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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14. 2024

글씨 선생

2024.5.14. 화. 화창한 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13p

내용:

 한 가지 기술을 익히는 데 걸린다는 일만 시간이 문장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수업을 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글쓰기가 몸에 배지 않으면 책은 나오지 않는다, 우선 매일 쓰는 연습부터 하라고 강조해 말한다. 매번 내 말을 실천하는 사람과 엄살을 부리면서 미루는 사람이 비슷한 비율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비슷한 실력이었는데 몇 달 지나면 하늘과 땅 차이로 둘의 필력이 차이 난다. 본인들도 놀란다. 몇 달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다.

정자체,원고지,6명의 필우,중성펜,15분

https://youtube.com/live/6Qa8Iznie4E?feature=share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몇 번 이직을 했지만 한 분야에서 25년 가까이 일해오고 있는 찐 월급쟁이다.


 유튜버이기도 하다. 글씨 채널을 만들고 5년 이상 유지하고 있으니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로 글씨 강의 영상을 올리다 보니 나를 선생이라  부르는 구독자들이 생겼다.

오늘 필사 참여자의 오픈 채팅

 

 선생이라니.. 황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 선생은 학문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덕망이 높은 사람, 혹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데, 내가 선생의 호칭을 들을 자격이 있나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다는 결론을 서둘러 내린다.


 누구에게도 글씨를 가르쳐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배운 서예를 기점으로 글씨를 정성을 다해 쓰는 것을 좋아했다. 축구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공을 끼고 살았다면 나는 늘 펜을 곁에 두고 자랐다. 공으로 드리블과 슈팅 연습을 꾸준히 했다면 펜으로 획의 변화와 반듯한 모양을 익혔다. 축구 선수는 골로 실력을 증명하지만 나는 내 글씨체로 나를 드러내려 했다. 글씨에는 진심이었다.


 그렇다고 누구를 가르쳐볼까 하는 생각은 없었다. 두 아들의 악필을 볼 때마다 망설였지만 돈독한 부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포기를 선택했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극명히 다른 영역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씨는 버릇과도 같아, 배움보다는 스스로의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타인을 가르치는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고 생각지 않았다.


 유튜브 글씨 채널을 위해 글씨에 대한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했다. 영상 제작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글씨를 많이 써야 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글씨 잘 쓰는 사람이 되려고 쓰고 또 썼다. 구독자보다 내 글씨가 더 빨리 늘었다. 나만의 이론이 생겨났다. 다양한 펜으로도 괜찮은 글씨를 쓰게 되었다. 단점을 고치고 자료를 만들며 전문가가 되어 갔다.


 한 가지를 계속하면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좋아진다는 것을 체험했다. 일정한 기간 후에는 눈에 띄게 발전한 나를 확인했다. 구독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글씨를 쓰면 좋은 글씨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하는 필사를 시작했다.


 매일 밤 9시 반이 되면 분주하다. 필사 방송 준비 때문이다. 한 명의 필우라도 함께 한다면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24시간 중 가장 알찬 15분을 공유하기 위해서 30분의 준비가 필요하다. 방송 내내 화면에 좋은 글씨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손도 풀어야 한다.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누기 위해 목청도 가다듬는다. 세상에는 그냥, 저절로, 쉽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매일 이런 과정을 준비하는 모습이 필우들과 구독자들에게 본보기와 모범이 된다면 조금 앞서 나가는 사람, 선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잡념이 스쳐간다. 도움 주는 헬퍼가 선생이라 불린다면 마다하지 않겠다.


쭉 글씨 선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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