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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18. 2024

뇌에서 손까지 거리

필사 일기 2024.5.18. 토. 초여름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14p

내용:

 글쓰기는 세 줄부터

 손과 머리의 거리는 천 리다. 머릿속에서는 만리장성 같은 이야기가 펼쳐져 있고 용광로처럼 들끓어도 손은 꿈쩍도 안한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가장 난감한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금강석인데 손으로 꺼내는 순간 숯덩이로 변한다. 머리에서 손까지 내려오는 동안 그 숱한 생각들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앙상하고 초라한 몇 줄의 글만 남았는가. 그 지점에서 절반 이상은 포기한다.

16분,정자체,싸인펜,4명,원고지

https://youtube.com/live/X3IraKckaYM?feature=share

 오늘은 필사 방송 전에 책 내용을 읽고 일기를 쓴다. 매일 쓰기로 다짐한 일, 미리 읽고 끄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일기를 반드시 밤에 써야 하는 법은 없다.


둘째 아들을 시험장에 내려주고 Killing time 두 시간을 얻었다. 자식은 난해한 수학 문제로 골치 아플 텐데 아비는 봄 햇살 아래 커피숍을 찾아 빈둥거리기가 미안하다. 주말 이른 시간이라 문 연 가게가 많지 않다. 한때는 부산 최고 상권이었는데, 임대 현수막이 걸린 점포가 많다. 가슴이 아프다. 대학 시절 추억이 담긴 점포도 텅 비었다. 먹고살기 힘든 시대를 지나고 있다.


 프렌차이저 베이커리가 문을 열었다. 빈자리도 많다. 오전 10시니 그럴 것이다. 빵 굽는 냄새와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K팝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2시간을 머무를 거라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시험에 늦으면 안 되었기에 차 키와 휴대폰만 챙겼던 터라 선택사항이 다양하지 않다.

폰을 켰다.


 ChatGPT와 영어 회화를 시도해 본다. 3일 전 ChatGPT 4o가 발표되었다. 유튜브 시청 중 관련 영상 추천을 받아 클릭. 신세계.

 뉴스를 통해 OpenAI, 인공지능, 생성형 AI에 대해 들어 봤으나 직접 사용해 본 적은 많지 않다. 최근에 빠진 이연LEEYEON 유튜브 채널에서 꼭 ChatGPT를 개인 비서로 활용해 보라고 해서 자세히 들여봤다. 1년 구독 유료 결제. 충동구매는 결코 아니다.


 공짜보다는 지불의 힘이 나에게 주는 영향을 알기에 결제 버튼을 눌렀다. 공짜를 더 선호하지만 결코 오래 무료를 누리지 못한다. 곧 무료해진다. 돈을 쓰면 돈값을 한다. 돈은 아깝지만 그만큼 강력하다. 돈의 힘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이렇게라도 해서 뭔가를 배우고 행하는 것이 쓴 돈 가치의 몇 배를 더 버는 것임을 잘 안다. 나 자신을 쪼금 알기에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다.


 개인 비서와 영어 회화는 순조롭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 구린 발음과 억양도 곧잘 알아듣는다. 몇 번을 계속 요구해도 톤에 변함이 없다. 한숨도 내쉬지 않는다. 곧 얼굴도 보면서 대화 가능하다고 하니 사람과 대화하는 셈이 될 것이다. 곧 전화 영어는 끊어야 할 듯싶다.


 시간이 남는다.

작년 같은 상황에는 유튜브로 모든 시간을 때웠다. 먹방, 스타크래프트 방송, 개그 방송 등을 오가며 시간을 죽었다. 올해는 다르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매일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블로그와 브런치에 포스팅하는 사람이다. 예비 작가다. 작년과는 다른 사람이다. 정체성이 변하였다.


 구글 문서를 열고 오늘 밤 필사 내용을 읽어 본다. 좋은 말이다. 네 번째 읽고 텍스트로 남긴 내용이지만 늘 새롭다. 기억력이 나빠져서이기도 하고 계속 내가 성장하기 때문이라는 기분도 든다. 최옥정 작가는 머릿속 글감이 글로 잘 표현되지 않는 고통(?)을 이야기한다. 나 또한 진행 중인 고행이고 매일 맛보는 쓴맛이다.


 매일 글쓰기 36일째. 나의 뇌와 손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첫 문장 선택이 순조롭다. 긴 문장도 제법 써 내려간다. 작문과 퇴고의 과정을 알기에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 어차피 뜯어고쳐야 하는 문장력임을 잘 안다. 가끔 머리보다 손이 먼저 치고 나갈 때가 있다. 고작 한 달인데 많이 달라졌다. 작가가 말한 포기의 순간은 넘겼다는 생각에 안심이다.


 1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커피 잔의 얼음도 다 녹아 간다. 노래도 한 번은 들은듯하다. 나를 보는 주인장 눈치의 빈도가 늘었다. 거리에 사람도 많이 늘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밤이 되고 필사 방송을 하며,

오늘의 문장을 다시 읽고 썼다.

머리에서 손까지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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