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필사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사랑 biglovetv May 19. 2024

백전노장

필사 일기 2024.5.19. 일. 파란 하늘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14p

내용: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안고수비의 시기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절박함, 책임감, 자존심이 있다면 여기서 백기를 들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갈 데까지 가봐야 한다. 마지막 정거장에서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자갈밭이든 진흙탕이든 지나가야 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과정을 미리 짐작하고 침착하게 대응할 지도 모른다. 어떤 큰일도 단숨에 정상까지 도달하도록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는 것을 오십 세쯤 된 백전노장은 이미 터득했을 테니까, 담담히 그러나 꾸준히 맞선다.

16분,중성펜,원고지,반흘림체,10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RSl1m8LQtp0?feature=share


오늘 글에서 작가는 '어떤 큰일도 단숨에 정상까지 도달하도록 가만히 두고 보지 않는다는 것을 오십 세쯤 된 백전노장은 이미 터득했을 테니까, 담담히 그러나 꾸준히 맞선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백전노장인가? 오십 세가 되었고, 작가의 말을 전적으로 동의하고 내 방식대로 실천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백전노장이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백전노장이 아니다. 수많은 싸움을 치르지도 않았고 노련한 장수도 아니다. 내 인생은 밋밋하고 거칠지 않았다. 장수라 할 만큼 용감하거나  패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평생 장사로 힘든 삶을 사셨던 부모님의 뜻을 존중했다. 안정적인 직장인이 되기를 원하셨다.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직장에 다니면서 건실한 인생을 살라 하셨다. 사업이나 장사는 인생 망하기 쉬운 아주 위험한 길임을 일찍부터 주지 시켰다.


 반항하지 않았다. 공부 외에는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 학교생활도 무척 평범했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 사고를 치지도 않았다. 아니 칠 수도 없었다. 성적을 올려 등록금이 싼 국립대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미술을 정말 배우고 싶었지만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 없었다. 예체능은 돈이 많이 들고 직장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법 철은 들었던 거 같다.


 선생님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0교시부터 10교시, 야자까지 책상을 지켰다. 사교육은 꿈도 꿀 수 없는 시대였다. 선생님의 수업은 곧 내 성적이자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다. 어떤 것에도 반항하지 않고 학교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으로 살았다. 꽤 열심히 했다.


 결국 국립대를 갔다. 노력은 결과를 보장했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입사했다. 부모님은 뛸 듯 기뻐하셨다. 대기업 직원의 타이틀 덕에 결혼도 늦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두 아들 키우며 평범한 인생을 계속 누렸다. 부모님 말씀이 틀리지 않았다. 안정적이고 삐딱하지 않은 삶이었다.


 50세가 되었다. 안정 속의 불만족이 터져 나왔다. '제3의 사춘기'라 할 만큼 불안했다. 이렇게 끝나면 내 인생은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 원하는 걸 찾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더 늦기 전에 실행에 옮겨야 함을 잘 알았다.

 그러나 머릿속의 나는 총과 칼을 든 전투사였지만 현실은 회사를 위해 몸 바치는 힘없는 노동자였다. 손은 생기마저 없고 발은 뭐가 잡고 있는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뿌리치려 해도 힘이 없었다. 용기도 나지 않았다.


 원하는 삶을 위해 선장이 배의 방향타를 급선회할 수 없다. 잔잔한 바다가 앞에 있고 배에는 가족들이 편히 쉬고 있다. 뱃머리를 돌려 해상 조건을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바다로 갈 수 없다. 조타실에 홀로 앉아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신발 끈을 조이고 키를 꽉 잡는다. 저 멀리 도착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얼마 동안 가야 할지 가늠할 수 없지만 끝이 보이는듯하다. 조금만 견디자.


 유능한 장수가 되어 다가올 인생에 당당하게 맞서고 싶다.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내 도전과 여정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동반자를 찾고 싶다. 백전노장이 되어 타인을 돕고 그들과 함께 성장의 열매를 영글게 하고 싶다.


 배가 항구에 도착하고, 하나둘씩 하선하고 다시 엔진에 시동을 걸어 먼바다로 향할 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과 '대사랑 tv', 매일 필사 방송이 무한 연료가 되어 나를 추진할 것이라 믿는다. 블로그 이웃과 브런치 작가, 구독자와 필우들이 그 여정에 함께 하길 바란다. 오늘도 내딛는 이 한 걸음이 훗 날 대양에서 폭풍우를 만났을 때 배를 지키는 버팀발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때 나는 분명히

'백전노장'일 것이다.


대사랑



매거진의 이전글 뇌에서 손까지 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