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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21. 2024

 고수로 가는 길

 필사 일기 2024.5.20. 월. 바람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15p

내용

초라한 몇 줄을 며칠 동안 계속 쓴다. 쓰고 또 쓴다.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조금씩 덜 초라하고 덜 거칠다. 뭔가 기미가 보이는 것도 같다. 고수는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고수가 될 싹수가 보이는 사람은 어지간한 뚝심으로 초기의 이 울퉁불퉁한 감정을 태연히 넘어선다. 이 고비만 넘기면 곧 긴 숨을 내쉬면서 산의 중턱쯤 올라와 먼발치에 아름답게 펼쳐진 능선을 볼 수 있다. 이때부터는 여태까지 해온 속도로 계속 가기만 하면 된다.

정자체,샤프,가로줄 노트,19분,6명

https://youtube.com/live/ZjSWLjc787U?feature=share


 필사 책에 따르면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초반에 겪는 난관을 무덤덤하게 넘어가야 한다. 그러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지속력이 생기는데 이는 장애물이 나타나도 이를 방해꾼으로 인지하지 않고 오히려 응당 치러야 하는 관문으로 간주하는 자신감을 부여한다. 마치 서핑을 하고자 파도의 시작점에서 수없이 물에 빠지는 과정을 즐거운 훈련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 이를 넘어서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파도를 놀이도구로 삼는 서핑 고수가 되듯이 마주한 과제를 수없이 도전하다 보면 쉽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진정한 고수가 되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목표를 크게 잡고 순간순간의 고비를 잔잔바리 취급하면 마침내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뜻밖의 조력자가 나타난다. 흡사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처럼 불쑥 협력자가 나타나  돕는다.


 나는 필사 고수가 되었다. 2년 5개월 정도를 매일 필사했으니 시간으로 따져도 중수 이상은 된다. 고수를 목표로 시작하지 않았다. 이렇게 오래 할지도 예상치 못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1달 이상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2년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을까? 이를 가능하게 해준 나의 지원군에 관한 이야기다.


 리이브 방송으로 필사를 하기로 했다. 글씨 유튜브 채널을 베이스캠프로 두고 필사라는 등산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구독자가 1만 명 이상은 되었으니 느닷없이 방송을 켜더라도 한두 명은 나타날 것이라는 호기를 부렸다. 지금까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필사한 적은 없으니 작전은 성공했다. 4천만이 넘는 인구 중에 동반자 한두 명은 있을 거라는 짐작은 적중했다. 첫날부터 등반가가 나타났다. 등산 실력과 장비는 달랐지만 같은 산을 오르는 길동무가 생긴 것이다. 그들을 필우라 부르기로 했다.


 시작 후 며칠간은 방송이 매끄럽지 못했다. 카메라 각도, 배경 음악, 조명, 도입부 내레이션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다. 방송과는 아주  떨어진 삶 그리고 남의 시선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인생을 살았기에 잦은 실수에 안절부절못했다. 핸드폰 화면에 글씨가 잘 보일까? 배경 음악이 시끄럽지 않을까? 주광색 조명이 더 나을까? 부산 사투리가 억세게 들리지 않을까? 매일 고민 투성이었다.


 서툶에서 오는 어리숙함에 좌절하지 않았다.  포기 대신 필우들에게 질문했다. 내 방식을 존중하는 필우들의 독려가 있었다. 방송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필우의 피드백을 받았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함에 감사를 표하는 필우들이 많았다. 격려와 응원, 충고는 나를 끌고 있었다. 멈출 수 없었다.


 필우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부녀가 함께하기도 했고 모자가 함께 하기도 했다. 전국 각 지역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 얼굴도 모른 채 짧은 시간을 나누는 참여자들이 늘었다. 반가운 인사로 안부를 묻고  자신의 하루를 이야기했다.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필우도 있지만 오늘 방송까지 매일을 함께하는 필우도 있다. 인터넷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물 안에서 우정은 더 끈끈해졌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매일 필사의 가장 큰 이유다. 글씨 연습, 좋은 글 읽고 쓰기라는 강력했던 동기는 희미해졌다.

 더 이상 나를 위해 필사하지 않겠다.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어깨동무하고 한발 내딛는 친구를 위해 필사하려 하려 한다. 이 짧은 행진이 나를 그리고 그들을 더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리라 믿는다. 이렇게 나는 점점 더 고수가 되어간다.


 고수가 되고 싶은가?

팔 벌려 친구를 맞이하자.

아프리카 속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을 기억하자.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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