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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May 22. 2024

글의 닮은꼴 글씨

필사 일기 2024.5.21. 화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15p

내용

 한 수 거든다면 처음에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명령하라. “딱 세 줄만 써. 딱 세 줄만!”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렇게 하면 된다. 어느새 한 달이 지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스스로에게 명령할 필요가 없다. 써놓은 글이 쌓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양이 나오면 그때는 자기가 하려고 하는 말의 형태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나를 비롯해 다른 작가들도 경험하는 바인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 예상할 글과 실제로 써나갔을 때의 내 글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자신의 무의식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이 지점이 흥미롭다. 나조차 모르는 나에 대해 쓴 글이란 과연 어떤 건가. 여기서부터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가로줄 노트,유성볼펜,반흘림체,26분,9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_4sEiSvs2uA?feature=share


 필사는 글씨 연습의 훌륭한 도구다.

 글씨 연습에는 몇 개의 난관이 있다. 그중 하나가 쓸 거리인데, 책상에 자리를 잡고 노트를 펼쳐도 몇 글자 쓰면 금방 바닥난다. 연습을 더하고 싶어도 머릿속에 있는 문장은 사라지고 없다. 기억 속의 명문장들을 긁어모아도 이미 재탕, 삼탕이다. 손은 치고 나가고 싶은데 머리가 뒷받침하지 못한다. 땔감처럼 마르지 않는 쓸 감이 필요하다. 필사를 해야 할 때다.


 평소 읽으려 묵혀두었던 책의 먼지를 털어내자. 한 번 더 읽기 위해 고이 모셔두었던 책을 꺼내 보자. 자신을 일깨워 준 주옥같은 문장들로 가득 찬 인생 책을 다시 펼쳐 보자. 글로만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표현이 흘러넘치는 소설을 찾아보자. 어린 가슴에 눈물 적시게 했던 시집을 추억하자. 이왕 쓸 거, 눈은 빛나고 손은 신나며 심장은 떨리는 글을 선택하자.


 글씨에는 왕도가 없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한 여름밤의 소나기처럼 몰아치기보다는 늦가을, 떨어진 낙엽을 추적추적 적시는 부슬비 같은 쓰기 연습을 추천한다. 단기간의 목표로 정복하기보다는 평생 학습으로 삼고 정진하기를 권한다. 글씨는 마치 얼굴 표정과 같다. 잠깐 웃는다고 표정이 바로 좋아지지 않듯이 바른 글씨를 따라 쓴다고 해서 금방 명필이 되지 못한다.


 오늘 글에서는 글쓰기 초반의 요령을 알려주었다.  A4 용지를 꽉 채우는 양으로 시작을 권하지 않는다. 딱 세 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한 달을 세 줄 쓰기로 버틴다면 그다음은 글의 양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글씨도 같다. 필사라고 해서 시작부터 책 한 바닥을 다 쓸 필요 없다. 딱 세 문장이면 족하다. 하루에 세 문장만 한 달을 써보자. 그다음은 글씨의 변화를 느낄 것이다. 글씨도 서서히 변한다.


글과 글씨는

참 닮았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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