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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Jun 05. 2024

필사는 국어 과외 시간

필사 일기 2024.6.4. 화. 선선한 바람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20p

내용

“그 일은 삼 년 전에 일어났다.”

이런 첫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 나쁜 문장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문장이 어디로 뻗어나갈지 갈 곳이 너무나 많다. 느슨하다.

"삼 년 전 나는 감옥에 갔다."

정자체,싸인펜,7명의 필우,가로줄 노트,10분

https://youtube.com/live/1jn0eSQYZ5o?feature=share

 

 7권의 책, 2년 5개월 그리고 수많은 노트와 펜들. 꽤 많은 시간 이어온 필사 방송과 함께한 것들이다. 시간을 누적하고 작은방 공간을 차지했던 내 인생의 일편.


 필사를 하면서 성장의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띄어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평생 한글을 말하고 써 왔지만 늘 외면하며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치부해 온 것.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는 우스꽝스러운 예시로 한 번은 짚었지만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갈 일 없다며, 아주 하찮게 다루었던 것. 분명 정해진 규칙은 있을진대 귀찮아 한 번도 챙겨보지 않았던 것. 바로 띄어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띄어쓰기를 모른다고 세상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띄어쓰기를 잘한다고 언변이 뛰어나거나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띄어쓰기를 엉터리로 적용해도 독자는 귀신같이 잘 읽는다.

 없어도 될 것 같은, 하지만 그림자처럼 늘 따라다니는 귀찮은 존재가 띄어쓰기다.


 다만, 띄어쓰기는 글을 쓸 때 반드시 만난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꼭 한 번은 마주하는 허들이다. 자빠트리고 넘지만 또다시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장애물이다. 대충 감으로 자신 있게 적용해 보지만 절대로 만점 받을 수 없는 수수께끼다. 포스팅 전 꼭 하는 맞춤법 검사에서 가장 많이 교정하는, 문전 박대하고 싶은 단골손님이다. 띄어쓰기는 늘 글 쓰는 이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필사는 책을 따라 쓴다. 교정을 거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의 오류가 없는 청정 문장들을 따라간다. 유사한 단어와 문장 구조를 반복한다.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고 신박한 어휘에 매료된다. 반복 쓰기로 띄어쓰기는 머리보다 손에 익숙해진다. 호흡도 끊어 읽으며 몸에 익숙해진다. 그렇게 띄어쓰기는 서서히 윤곽을 드러 낸다. 하지만 결코 손에 잡히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8대 불가사의다.


 띄어쓰기 실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 교정과 퇴고의 시간이 단축된다. 틀린 것은 또 틀리는 오류를 계속 범하지만 분명 나아지고 있다. 쓰고 찾고 고치면 좋아질 것이다.


 필사 시간은 국어 과외 시간이다. 매일 라이브로 띄어쓰기를 연습하고 필사 일기로 바로 복습한다.


 이 글도 띄어쓰기 검사에서 지적을 피할 수 없겠지만

어제보다는 나은 띄어쓰기를 했기를 바란다.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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