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후기
꼬맹이였던 90년대 사촌형 방에 들어가면 <로보캅2>나 <고스트 바스터즈>, <쥬라기 공원>등의 포스터가 붙어있던게 생각난다.
사촌 누나는 일본 가수의 노래를 듣고 패션을 따라 했었고, 저연령층에도 퍼지던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외설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청소년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대였음.
문화의 주류가 미국, 일본이었던 어린 시절-
어쩌다가 헐리우드 영화에 코리아타운이 나오거나 한국인 배우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반가울 때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초반 문화적 황금기라는 시대를 거치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K컨텐츠가 OTT 를 통해 전세계의 시청자를 사로잡는 시대가 되었네.
현재 일본 10대들이 자국 가수보다도 한국 케이팝 아이돌을 더 좋아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올 만큼 문화의 우위가 뒤바뀐 모습을 보면,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감상을 말하자면, 재밌었다.
정상급 K팝 아이돌이 사실은 악귀와 싸우는 전사들이고, 노래를 통해 악이 침범하지 못하는 보호막을 만든다는 스토리가 꽤 유치해 보일 수 있는데도-
한국의 문화적인 요소들과 완성도 높은 노래들이 잘 어우러져서 인지 상당히 몰입도도 좋았고 준수한 애니메이션 영화였음.
제작사가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로 유명한면서도 저력 있는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이라 작화나 퀄리티는 말할 게 없는데 놀랐던 것은 케이팝이나 기타 한국적인 요소들이 너무 잘 표현 되어있었다.
마치 한국의 제작사가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일상적인 요소들 부터 '헌트릭스'가 사용하는 무기들까지 고증이 잘 되어 있어서 많이 놀랐던 부분.
거기에 악귀들도 계속해서 무력으로 대응하기 보단, 헌트릭스의 팬들을 뺏어서 힘을 약화시키겠다며 '사자보이즈' 라는 남돌 그룹을 만들어 대항하는 부분도 재밌었다.
우리가 귀신에 '홀린다' 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 멋진 비주얼과 노래로 팬들을 홀려버리는 전략이 신박했음 ㅋ
준수한 작화와 K팝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 고증들이 잘 어우러져 즐기기보단 탐구하며 본 느낌의 애니메이션이었다.
살짝 아쉬운 부분은 이 영화가 국내에서 제작한 토종 컨텐츠 였다면 국뽕이 더 차올랐을텐데- 싶었던 것 현재 이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시청 1위를 찍었고, 음원들도 각종 차트의 정상을 찍으며 새로운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는 중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상표등록을 마치고 완구나 문구 시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라니 이 애니메이션의 유행은 오래갈 것 같다.
단순히 K팝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이라는 감흥보다도 세계적으로 확장된 한국 문화의 위상에 묘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던 작품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