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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소비되던 성인영화의 시대를 비꼬다

넷플릭스 드라마 <애마> 후기

by BIGMAC bro 빅맥브로


70년대를 보내고 새롭게 맞이한 80년대.


당시 정부의 3S 정책에 발맞춰 성인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려는 악질 제작자, 더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신인 감독, 희대의 톱 여배우와 인생을 바꾸고 싶은 신인 여배우까지-


성인영화 <애마>를 제작하기 위해 벌어지는 시대극이다.


어릴적 어른들이나 삼촌이 보던 8090년대 한국영화를 떠올리면, 여성은 성적 희화화의 대상으로 소비되곤 했다.


여배우의 노출은 흥행을 담보하는 장치처럼 활용되었고, 그 시대에 활동하던 여배우들은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고된 선택을 감내해야 했다.


그랬었던 시대를 겪어봐서였을까, 이 드라마에 금방 몰입하였다.

사람들이 쉽게 소비했던 성인영화지만,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던 여러 사람의 노력이 섬세하게 담겼다. (성인영화 버전의 <거미집>을 본 느낌도 들었음)


우선 배우들의 앙상블이 대단했다.


악덕 제작자인 구중호의 양끼있는 연기를 잘 살린 진선규와 시종일관 당시의 보이스 톤으로 연기를 했던 이하늬의 연기가 시대적인 분위기를 한층 돋구워 주었다.


방효린은 예전 <지옥 만세>때 한번 봐서 큰 인상이 없었는데, 보다보니 고전적인 느낌이면서도 도도한 매력이 보이기 시작했음.


조현철은 정말 보석이다 새로운 작품에서 볼 때마다 연기력을 갱신을 하는 느낌. 언젠간 이 친구가 주연을 맡을 작품도 기대되네.


스토리 보다도 이런 인물들을 보는 맛이 꽤 좋았다.

당돌한 신인 신주애의 등장에 연신 날을 세우던 정희란.


어느덧 영화 촬영을 하면서 서서히 동지애를 쌓아가던 둘의 모습이 애틋하다.


그리고 더러운 연회까지 끌려온 주애를 본 정희란은 본격적으로 저항의 투지를 끌어 올린다.


어쩌면 희란은 신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이런 부분은 마치 한 시대를 버텨낸 여배우를 지켜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과와 늦은 위로 같이 보이기도 했다.

또 재밌었던 것은 <애마부인>을 재조립한 부분이었다.


마치 자주적인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남성에게 종속적인 내용이었던 <애마부인>을 적나라하게 꼬집으며 새롭게 만들어낸 장면은 이 드라마의 해학을 제대로 보여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에 판타지 스럽게 표현된 장면이 드라마의 톤을 살짝 깨는 느낌이었다.


시대극에 충실한 현실적인 느낌으로 이어 나갔어도 좋았을 텐데 싶은 아쉬움이 남았음.


전반적으로는 지루함 없이 한 번에 쭉 달린 드라마.


<애마부인>의 주연이었던 안소영 배우님이 카메오로 출연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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