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을 현대적이고 위트있게 보여주는 방법!?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후기
1970년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던 민간 항공기가 '적군파'라는 공산주의 추종 세력에게 공중 납치되어 평양으로 기수를 돌리도록 강요받는다.
그리고 평양으로 향하는 이 비행기의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남한 측에서는 교신을 가로채 북한으로 위장하고, 김포공항으로 착륙을 유도하는 비밀작전에 들어가는데...
일명 '요도호 사건' 으로 불리는 하이재킹 실화을 바탕으로 재구성 한 영화.
이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었고, 거의 같은 시기에 납북될 뻔 했었던 항공기의 실화를 다룬 하정우 주연의 영화 <하이재킹>과 비슷한 전개일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더 복잡한 이야기였다.
특히 영화 속에서 본 내용들이 거의 다 사실에 기반하여 만들어 졌다는 것에 많이 놀랐음. 이렇게 영화 같은 일이 대한민국에 또 있었다니....
정말 1970년대는 얼마나 혼란스럽던 시기였던 것인가
사실 변성현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과 주연 배우가 설경구라는 것,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영화래서 큰 기대는 안 하고 틀었는데... 어?!
상당히 잘 빠진 시대극이어서 놀랐다.
전반적으로 현대적인 분위기가 나는 정적이고 깔끔한 연출과 다채로운 영상 레이아웃이 CF를 보는 느낌도 들고,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시대적 사건을 위트있게 풀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돌고래 유괴단의 광고들도 떠오르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도 생각났음.
거기에 냉전의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던 시대 속의 공산주의나 민주주의 같은 체제에 대한 조소와 정치에 대한 풍자가 가득하다.
변성현 감독... 사실 <불한당>이나 <길복순>만 봐서 스타일리시한 연출만 할 줄 아는 소위 '겉멋' 부리는 감독인 줄 알았는데...
이런 영화 잘하네?? 진짜 많이 놀랐다 ㅋㅋ 위에 언급했던 연출, 유머, 풍자 들의 요소들이 서로 과하지 않게 잘 섞여 있었고, 그래서인지 '아,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었으면...' 싶은 아쉬움이 들던 것.
이 영화에서 홍경이 빛이 난다. <약한영웅 Class 1>에서나 <D.P>, <청설>때와는 또 다른, 각이 제대로 들어간 군인의 모습이 인상 깊었고 함께하는 유수의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잘 보여줬음.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인 설경구는 이번엔 많이 튀지 않는 느낌으로 잘 지나가면서 간만에 영화로 복귀한 류승범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뭐 승범이 형이야 언제나 좋지 ㅎ
그리고 이게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일본 배우들도 한국 주연배우만큼 많은데, 눈에 익은 분들이 많이 보여서 한일 합작 영화의 느낌도 들었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에서 소년으로 나왔던 히이라기 히나타는 꽤 성장한 모습이어서 신선함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아무튼, 간만에 넷플릭스에 유잼 한국영화가 떴다는 소식이 굿뉴스~!!
그리고 변성현 감독을 좋아하는 팬심이 조금 더 커지게 된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