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폰>
한 학급에서 한명을 제외한 17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새벽에 집을 뛰쳐나가 실종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학부모들은 특정 학급에서만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것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여성 담임을 용의자로 지목하기 시작하고,
졸지에 '마녀'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 담임교사 저스틴은 유일하게 사라지지 않은 알렉스에게 사건에 관해 물어보지만, 대답을 피한다.
그녀는 홀로 알렉스의 뒤를 따라가며 사건을 추적하는데...
시놉시스와 아이들이 팔을 벌리고 뛰어가는 장면에서 호기심이 생겼고, 해외에서 호평이 이어지기에 하반기 가장 기대한 영화였다.
아주 재밌게 봤고, 개인적으론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감을 느꼈음.
나이가 어린 친구들은 아이들이 팔을 벌리고 뛰어가는 장면에서 만화 '나루토'의 나루토 런을 많이 떠올리던데 ㅋㅋ
개인적으론 어릴 때 비행기 놀이라며 팔을 그렇게 벌리고 뛰어다니던 기억이 먼저 났고, 이후에 찾아보니 베트남 소녀가 네이팜탄을 피해 알몸으로 뛰던 사진 이미지도 겹쳐 보이는 것.
오프닝에서 어린아이들이 잠옷에 맨발로 새벽 2시의 어두운 동네를 양팔 벌리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엄청 기괴하고 강렬했다.
영화가 여러 인물의 시선을 가지고 라쇼몽 스타일로 전개가 되기 때문에, 모든 전말이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관람 하는 동안엔 그저 <곡성>이나 <유전> 같이 오컬트가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의 느낌만 들었다가, 알렉스의 이모인 '글래디스' 가 등장하고 창문을 가려놨던 알렉스의 집 내부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여러가지 모습들이 떠올랐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여교사의 과거 행실을 들먹이며 무지성으로 비난하는 학부모들과 지역 언론.
누군가 그녀의 차에 유성 페인트로 '마녀' 라고 써놓는 테러를 하는데, 그렇게 쓰여있는 채로 돌아다니는 꼴이 마녀사냥의 행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거 같아서 웃음이 나기도 했고-
글래디스의 마법에 걸린 마커스가 타겟이 된 저스틴에게 뛰어가는 장면이 무섭다가도 그렇게 한참 동안을 뛰어가는 꼴이 어처구니없이 웃기기도 했다.
사라지지 않은 알렉스, 그리고 알렉스의 이모라면서 갑자기 등장한 글래디스는 여러 가지 것들을 은유하는 것 처럼 보였는데-
특히 반 아이들을 마법으로 납치해서 지하실에 가두고 젊음을 흡수한다는 설정은, 개발도상국에서 어린아이들을 공장에 가둬 놓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 고용주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부모가 마법에 걸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알렉스가 혼자 학교를 다니고 집에 오면 부모에게 밥을 먹여주는 장면은 부모의 마약이나 약물중독으로 인해 방치된 자녀들의 문제를 보는 것 같았다. (이건 감독이 어릴 때 겪었던 경험이라고)
그리고 자세히는 몰랐지만 영화에서 아이들이 사라진 시간인 '2시 17분'과 사라진 아이들의 17명 이라는 숫자는-
2018년 총기사고로 사망한 17명의 아이들이나 빈번해진 교내 총기사건 이후 2022년 반자동소총 금지안에 대한 찬성표가 217표 였던 것들과 연관된 것이라는 내용도 알게되니, 상당히 많은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영화로 보여졌음.
이런 다양한 은유와 메시지를 가진 영화라는 점에선 조던 필 감독의 <놉>이 떠오르기도 했고, 단순한 공포영화라기 보단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영리하게 고발하는 명작이라고 느껴졌다.
공포 쫄보임에도 큰 줄기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데에 지루하지 않은 연출방식과 간간히 터져나오는 유머들 덕분에 몰입해서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고, 특히나 아이들을 그렇게 착취하고 이용했던 글래디스가 결국은 아이들의 손에 갈가리 찢기는 엔딩이 너무 좋았음.
자신이 역으로 마법에 걸려 쫓아오는 아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모습이 동화에서 봤던 결말 처럼 우스꽝스러웠다
https://www.youtube.com/shorts/AqeZc840-RQ?feature=share
작년에 봤던 <롱레그스>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한데, 영화를 보고 나서 숨어있던 메시지들을 곱씹는 맛이 더 좋았던 작품.
https://brunch.co.kr/@bigmac-bro/86
감독의 전작인 <바바리안>을 아직 못 봤는데, 슬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