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임 스틸 히어> 후기
1970년대 브라질 군사 독재 정권 아래, 반정부 인사들을 향한 국가 폭력이 일상이던 시절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5남매의 아버지이자 국회의원이었던 루벤스와 그의 아내 유니스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복 차림의 인물들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안으로 들이닥치고 루벤스는 갑자기 끌려가게 된다.
한순간에 가장이 사라진 아내와 다섯명의 자녀들은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남편, 아빠를 기다리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게 한 가족의 시간을 따라간다.
잘 모르던 영화였는데, 2025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것으로 처음 알게 되었고 많이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정치 탄압이나 독재에 저항하는 주제의 영화들- 한국영화 <1987> 이나 작년에 개봉했던 <그저 사고였을 뿐> 이 생각났음.
하지만 이 작품은 결이 조금 달랐다.
분노를 외치지 않고, 비극을 극적으로 증폭시키지 않는다.
상당히 감정적일 수 있는 주제의 영화임에도 차분하고 담담해서인지 더 마음을 강하게 때리는 작품 같다.
그날이 마지막 모습인지도 모르게 떠나버린 남편, 아버지의 빈자리.
유니스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돌아올거라며 평소와 다름 없이 가사를 하고 그만두었던 대학교 강의도 나간다.
그러면서도 국가에서 자행한 불법 납치와 구금에 대해 외부로 알리기 시작하는데-
어쩌면 남편이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집안을 챙겼던 유니스.
아이들 몰래 쏟아지는 마음을 얼마나 많이 부여 잡았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상실과 변화의 고통을 감내했어야 했던 아이들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후 "아빠가 돌아오지 못할거라고 언제쯤 직감했어?" 라며 서로에게 물어본다.
성장하면서 직감하게 되었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
어쩌면 그 말을 꺼내는 것으로 기다림의 시간이 부정될까 두려웠던 그 마음 때문에 이제서야 털어놓는 모습이 애잔했다.
오랜기간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지켰던 한 여성의 모습이 경이롭기도 했고, 70년대를 지나 현재 이르러서도 그날의 기억과 슬픔이 남아있는 눈빛이 마음에 많이 남던 영화였다.
제목을 보면서 중의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는 아직 그날을 잊지 않았다" 라는 깊은 상흔도 엿보였고
"나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라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아직 거기에 있어" 라는 희생자들의 한서린 울음으로도 들린다.
영화 속에서는 루벤스와 그의 가족들의 사진이라던지,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위정자들은 알아야 한다.
카메라는 추억과 가족들의 행복했던 모습만 담는 것이 아니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