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 파트 2> 후기
드디어 폴 아트레이데스의 두 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1편에서는 황제의 명령으로 사막행성 아라키스로 이주하였고, 흉포한 하코넨 가문의 통수 치기로 아버지인 레토 공장의 죽음-
거의 멸문에 가까운 난을 당한채 프레멘들과 함께 하게 된 폴. 그렇게 서사를 깔고 갔던 1편이 끝나고 기다림 끝에 2편이 개봉을 하였다.
처음엔 4DX로 관람을 하였으나 화면이 너무 작아 제맛을 즐기지 못했고, 겨우겨우 용아맥의 사이드 좌석을 구했지만 어째 용아맥은 화면이 뿌연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듄 2를 보지 못한 친구와 함께 영등포 아이맥스로 3차.
그런데 영등포 아이맥스가 참 괜찮다. 스크린 사이즈는 용산의 4관(구아맥) 정도이지만, 화질이 깨끗하고 음향이 엄청나네.
과장해서 말하면, 앞으로 코엑스 돌비를 가느니 그냥 영아맥에서 관람을 할 것 같다. 그 정도로 만족스러운 상영관이었고, 용아맥에서 관람했을 때 보다 영아맥에서 관람한 <듄 : 파트 2>의 재미와 감동이 훨씬 좋았음.
끝없는 모래와 사구가 펼쳐진 아라키스 행성의 모습은 척박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참 아름답다. 흩날리는 스파이스의 반짝임 하며, 모래들이 흐르는 모습을 어떻게 이렇게 환상적으로 표현했는지...
특히, 사구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며 애정을 나누는 폴과 챠니의 모습은 영화를 잠깐이나마 청춘로맨스 장르로 바꾸어준다.
거기에 감정을 고조시켜주는 아름다운 음악까지-
로맨틱한 아라비아의 정취 같은 것이 느껴지던 장면이었다.
그렇게 폴은 아버지와 가문을 잃었지만 낯선 땅에서 적응하며 사랑까지 꽃피우는 전사가 되었네.
희망이 없어 보이는 모래의 땅에서 폴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다.
샤이 훌루드를 타는 최종시험에 합격한 뒤 가문의 반지를 빼며 프레멘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지만 '퀴사츠 해더락' 으로 각성한 뒤엔 자신의 이름을 '폴 무앗딥 아트레이데스' 라고 칭하며 프레멘들 앞에서 가문의 반지를 다시 끼게 된다.
즉, 자신이 속한 모든 길을 다 수긍하고 추종자들을 인도하는 운명의 지도자로 거듭나게 된다.
놀라웠던 것은 폴이 예지로 보았던 비극적인 미래를 벗어나기 위해 괴로워하던 때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생명의 물을 마신 뒤 ‘퀴사츠 해더락' 혹은 '리산 알 가입' 으로서 정체성을 찾은 후의 눈빛과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진 부분.
<웡카> 에서 '웡카'를 본 뒤 얼마 되지 않아 <듄 : 파트2> 의 '폴' 을 봤다면, 이젠 세 번째 인물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
티모시 살라메... 너 연기 되게 잘하는구나 ㄷㄷ
아무튼 <듄> 1편에서부터 이미 아라키스 행성에 대한 진지하고 탐구적인 표현과 디테일하게 재연한 설정들을 보며 많이 놀랐기에, 이번엔 사실 새롭게 놀랄만한 것은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페이드 로타의 등장씬에서 또다시 충격을 먹었다.
검은 태양이라는 기묘한 천체는 태양빛에 노출된 모든 사물을 흑백으로 보이게 한다는 설멍인데, 이때 잠시 흑백영화처럼 바뀌는 연출이 색다른 포인트를 주기도 하였고- 피부가 더 하얗게 보이던 페이드 로타의 모습을 더 섬뜩하게 극대화시켜주었다.
거기에 압도적인 규모의 결투장이라던지, 1편에선 많이 등장하지 않았던 하코넨 가문의 건축물 들이나 실내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도 조금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환기시켜 주는 영리한 장치들이었음.
대신 많이 아쉬웠던 것은 황제... 정말 기대했던 인물이었는데 이렇게 힘없는 노인 내처럼 표현되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무시무시했던 사다우카 부대와 프레멘들의 후반부 전투씬도 기대보단 많이 짧았고, 대규모 전투나 액션에 대한 기대심리가 컸어서 그런지 오히려 1편보다 전투씬의 비중이 줄어든 것 같은 체감.
그럼에도 전반적으론 전편의 분위기와 경이로움을 잘 이어가며 대전환의 전개를 스펙터클하게 보여준 영화였다.
개인적으론 20세기의 스페이스 오페라는 '스타워즈' 시리즈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정도면 '듄' 이 21세기의 스페이스 오페라 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도 충분할 것 같음.
1편의 후기와 마찬가지로 '듄'의 세계관을 멋지게 시각화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