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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MAC bro Oct 31. 2024

연상호의 <지옥>을 보고 떠오른 종교적(?) 가스라이팅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시즌 1, 2 후기 + 그냥 뻘글

*글 내용에는 지옥 시즌 1, 2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있음.


얼마전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시즌2 를 모두 시청하였다.


개인적으론 월드 프리미어를 준비중인 <오징어 게임> 시즌2 보다도 더 기다렸던 드라마였고, 시즌 1 에서 부활한 박정자의 모습 이후로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2 에서는 박정자 이외에 정진수 의장의 부활로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지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기대했던 만족도에 꽤 상응하였다.


물론, 설정상 몇가지 의문점이 말끔하게 정리되진 않은 채 끝났지만..


GV에서 연감독님의 말씀대로 '코스믹 호러에서 모든 것을 다 알려주면 안된다' 라는 핑계 아닌 핑계에 동의하는 부분 ㅋㅋ


아무튼 죽음에 대한 공포를 품고 살아가는 인간과 종교, 교리가 다른 종교의 갈등, 그리고 그것을 좌지우지 하려는 정치권의 개입까지 여러 줄기의 이야기들이 구성지게 잘 표현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종교적인 비판이나 구원, 혹은 영적인 세계에 대한 스토리에 관심을 많이 갖고 보게 되는데, 아마도 어릴때 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다녔던 교회가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지옥 드라마를 마무리하면서 불현듯 떠올랐던 '종교적 가스라이팅' 이라고 해야할까.. 무튼 그런 것들이 떠올랐는데, 어릴 때는 이런것들이 참 고통스러웠단 말이지.


미국 문화권의 보수적인 교회보다도, 유교사상이 더해져 더더욱 보수적인 대한민국의 개신교 교회들은 죄악에 대한 주의와 금기를 상당히 강조하는데, 거기에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던 부모님의 입김이 더해졌던 기억이 있다.


어린시절과 더불어 사춘기까지 힘들었던 것은 아버지가 늘 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지금이 마지막 때야, 예수님이 오실날이 멀지 않았다"

"하나님이 심판하실거야" 라는 소리였음.


아버지는 뉴스에서 연쇄살인, 성폭력 같은 강력범죄에 대한 보도가 나올때면 저렇게 말씀하셨는데, 저 말을 계속 듣던 나에게는 이상한 의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마지막때면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

'어차피 기독교인은 마지막때에 핍박 받는다는데 내 미래는 정해진게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인셉션 되어버린 채로 사춘기와 성인기를 맞이했다.


그래서일까 나의 미래는 언제나 종교적 핍박을 받다가 죽는 모습, 혹은 하나님을 믿는 것을 인정하고 순교를 당하는 모습들만 가득했었음...


사실 이런 상상은 요즘도 종종 나긴 하는데, 참 고역스럽다.


어릴때만 해도 교회에서 목사님들이 북한의 남침위협이나 땅굴 이야기 같은 소리들을 설교를 하곤 했는데, 이런 분위기와 6.25의 직후의 시대를 겪어온 아버지는 ‘위협' 과 '악행' 에 예민하셨던 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버지의 저런 모습과 말씀들을 어릴때 들어오며 자라난 나는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가 이해가 가면서도 참 멍청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


스스로 희망을 좀먹어 버리는 인셉션 이라고 해야되나...

그나마 나에게 자주적인 신앙관이 확고해진 이후 떨쳐낼 수 있었던 관념이었다.


나는 유신론자이고, 교회는 비판해도 하나님은 믿는 사람인데도 지금 다시 생각하면 정말 개똥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지옥> 에서의 세상에선 신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인간들은 결국 자기들의 생각대로 신을 재조합한다.


그리고 그 믿고있던 의도는 점점 오류가 드러나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만, 그것을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교정하려 많은 일들을 벌인다.


결국, 내가 자라온 환경과 철학에 맞게 성경이 재단되어 받아들여지거나, 신앙관이 생성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신앙관이 확고하지 않거나, 아직 사고가 성장중인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 그래서 직업이 종교적인 사람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전에 어디선가 들은 소리인데, 우리가 믿는 하나님의 이미지는 내가 원하거나, 두려워하는 이미지로 형성이 된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상상하는 하나님은 어떤 모습인가요?' 라고 했더니, 엄격하고 근엄하고 혼내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말하더라.


나는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저는 하나님이 유머도 탑급이고 여유있고 따뜻한 분일거 같아요" 라고.


결국 하나님의 이미지는 내가 직접 보고 겪지않는한은 나의 관념에서 만든 추상체이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 처럼 마지막 때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종말에 집중하는게 아니다.


지옥 시즌2 후반부에 박정자는 민혜진에게 말한다.

"곧 세상은 멸망해요.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해요"

그리고 민혜진은 갇혀있던 소녀를 품에 안고 석양으로 함께 떠난다.


이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죽음의 공포와 지옥도 같은 세상속에서도 갇혀있던 소녀와 함께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것.


절망속에서도 작은 선행과 사랑의 빛줄기를 비추는 것이 진짜 신앙인의 모습이 아닐까-


(그냥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써놔서 정리가 덜 되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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