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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MAC bro Nov 17. 2024

'최소한'의 선의라도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최소한의 선의> 후기


난임을 겪고 있는 희연의 반 학생인 유미는 임신을 하게 된다.


배가 점점 불러오는 유미는 집에서도 쫓겨나고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도 못한채 이곳저곳을 방황한다. 희연은 처음 겪는 일에 혼란스러운 상황. 유미의 거취에 대한 학부모와 학교 측의 다른 입장에 시달리는데.. 


거기에 계속되는 임신실패로 희연에게는 이 상황이 더 고통스럽다.


학교라는 곳은 참 묘한 공간이다. 가장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공간이고, 선생님과 제자라는 관계는 미성년의 인간이 부모 다음으로 의지하게되는 성인이다.


그러다보니 학생은 가정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을 선생님 에게 의존하게 되고, 교사는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책임감 사이 에서 처신에 대한 갈등을 겪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 가족 중에 직업이 교사인 분들이 많아서인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특히 교사와 제자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주제에 관심이 많이 갔었고, 그래서인지 작년에 개봉했던 <티쳐스 라운지>, <양치기> 같은 영화들도 모두 극장에서 관람을 했었음.


미혼모가 되어버린 제자와 난임을 겪는 여교사 라는 대비되는 설정 안에서 학생을 지킬 것 인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킬 것인가 라는 문제들이 겹쳐서 진행되는 전개가 몰입도 있었다.


사회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처지의 유미를 바라보는 시선들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좋았음.

아쉬운 점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임신을 한 제자, 난임 중인 여교사의 심리적인 부정교합을 조금 더 부각시켰어도 좋았을 듯 싶다.


결국 희연은 임신에 성공하면서 유미를 이해하게 되는 감정 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그 부분을 더 극적으로 다뤘으면 희연 의 감정변화를 공감하는데에 좋았을 것 같음.


특히 이번 영화에선 장윤주 배우의 연기를 잊을 수가 없는데 그동안 희화화된 연기를 주로 보여줬던 그녀의 진중하고 무게감있는 연기가 신선하면서도 꽤 잘 맞았다.


특히 후반부에서 유미의 재입학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학교 분위기를 흐린다며 반대를 하는 학부모들에게 일갈을 날리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 깊었었던.


비로소 장윤주 '배우' 라는 타이틀이 완성된 것 같은 영화.

(*물론 전작들에서도 연기를 잘하셨지만 ㅎ)


영화 제목인 '최소한의 선의'는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도움. 혹은 내 입장도 지키면서 상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줄 수 있는 '면피'용 도움. 이 양면적인 느낌으로 읽혔 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알겠다.

"최소한의 선의마저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는 것을 

끝까지 한 학생을 지켜내기 위한 작은 선의들의 연대.


소규모 자본으로 제작 된 독립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단점들을 제외한다면 학생과 부모, 혹은 교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생각해볼 질문을 많이 던져 주는 영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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