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아내라면 다단계의 유혹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
뮤지션 이그나이트의 아내 7년차. 어느 순간 내 직업이 예술가의 아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성공한 많은 예술가들은 배우자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만큼, 예술가의 배우자라는 자리는 종갓집 며느리처럼 뭔가의 기대치와 의무감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직 결혼 7년차 밖에 안됐고, 아직도 무명이고, 딱히 내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예술가를 배우자로 둔 사람으로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한 번 써내보려고 한다.
‘예술가의 아내’ 시리즈의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예술가와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 그런지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남편은 무슨 일해요?” 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어렵다.
평범한 회사원의 아내들도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회사다녀요’ 라고 할지, ‘삼성 다녀요.’라고 할지, ‘삼성 마케팅 부서에서 부장이예요’ 라고 해야 할 지,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실 직업이 뭔지 말하는 것 자체야 뭐가 비밀이겠냐만. 우리나라는 회사나 직위별로 연봉이 지레 짐작되는 사회라 함부로 말하면 이래저래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예전에는 남편 직업을 물어보면 “음악, 작곡합니다.” 라고 말했었지만, 지금은 “대학 강의 나가요” 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남편이 음악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으로는 ‘시댁이 부자인가봐’ ‘음악? 멋지다. 뭔가 달라보여’ 같은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고, 얼마나 고생할까’ 하는 시선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번은 “우리 형부도 영화하는데, 언니가 너무 힘들거든요. 내가 그 마음 알아요. 고생 많지요?” 하면서 갑자기 등을 토닥여준 분도 있다.
남편이 예술가라는 고백은 ‘우리 집, 가난해요.’ 라는 고백과 동일한 듯
내가 속상한 것은,
불규칙한 수입으로 생계가 여유롭지는 않기에 안쓰럽게 보는 시선을 반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속상하다.
예술가는 생계나, 돈을 아예 무시하고 한량처럼 니나노~~ 하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점 때문이다.
이런 시선에 대고, 내 남편이 지금은 무명이지만, 정말 성실히 음악을 하고 있고, 충분히 가족의 생계에 대한 책임을 다 하는 사람이다. ‘내 남편 벌만큼 법니다!’ 하고 일일이 말(변명?)을 하고 다닐 수도 없고 말이다.
문제는, 이런 약점을 잡고 다단계 쪽의 분들이 쉽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다단계는 유혹을 할 때, ‘부업으로 하는 거다. 살림이나, 지금 본업으로 하고 있는 거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실제로 예술가들이 많이 한다. 어렵지도 않고, 초기 비용도 안 들어가니까. 지금 살기 힘든데, 한번 해보고, 하다 안돼면 그만 두면 되지 않느냐.’ 는 달콤한 말로 접근해온다.
사실, 엄청 고민했었다. 다단계 물건도 좋은 것 같고, 진짜로 살림하면서, 일 하면서도, 짭잘한 부업이 될 수 있다면,
심지어, 내가 돈 벌어서 남편 음반을 내줄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내조로 어께가 쫙 펴질 것 아닌가?
정말, 한번은 믿을 만한 분이 다단계를 권유해서 엄청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한 일주일 넘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겨우 거절할 수 있었는데, 이때 도움 준 것은 바로 웹툰 ‘던전 오브 다단계’였다.
그 만화를 보면서, 정신을 차리고 나서. 냉정하게 생각했보니
.
만약, 남편이 성공해서, 무한도전에도 나오고, 라디오 스타에도 나오고, 음악방송 1위를 했을 때, 그때 찌라시에 ‘부인이 다단계한다’ 라고 소문이 난다면,
10년 넘게 공들인 탑이 무너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다단계가 나쁜 것도 아니고, 모든 다단계가 불법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유명해져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다면, 사람들 입에 나쁘게 오르내릴 짓은 하면 안돼는 것이니까.
그 후로, 나는 다단계 물건은 쿠팡에서도 사지 않고 있다.
우리 부부에게는 유명한 음악가가 되리라는 꿈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