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를 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자면서 쌍욕을 크게 하는 것이었다. 여러 우울증 증상이 있기도 했지만, 애들의 아침을 쌍욕으로 시작하게 한다는 점이 가장 미안했기 때문이다.
정신과 선생님은 수면다원검사도 해보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스트레스가 분출된 것이니 우울증 약을 먹고, 잘 때 약을 먹고 자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수면다원검사를 미루고 미뤘는데. ( 양압기 사용이 비쌀 것 같아서 망설인 것이 가장 컸다 )
어느 날 내가 잠결에 남편을 주먹으로 칠 뻔한 것을 겪고는 안 되겠다고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양압기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수면다원검사는 그냥 수면제 먹고 자면 되는 것이라서 많이 불편한 것은 없었고, 양압기도 보험처리가 되어서 생각보다 저렴했다. 진작에 올 걸, 역시 대한민국의 의료는 최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양압기를 착용한 지 거의 3주 가까이 되어간다.
양압기를 차고 차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코로 바람을 넣어주고, 입은 닫게 해주는 것이기에 입을 열고자 더 너 나는 매우 불편해서 잠드는 것이 생각보다 불편하긴 하다.
하지만 확실히 짧게 자더라도 꿈을 안 꾸고, 입을 틀어막으니 잠꼬대도 안 하고, 코도 안 골고 하니 가족들이 수면질이 좋아졌다.
남편이랑 한 침대에서 잘 수도 있게 되었고, 큰애가 "주말에 엄마 욕 들으면서 일어났는데, 욕이 안 들리니까 늦잠도 잘 수 있어서 좋아"라고 말할 정도이다.
올해 내가 한 거의 유일한 도전인데, 정말 매우 만족스럽다. 잠이 이렇게 중요하다니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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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질환은 정말 많이 치료가 힘든 질환인 것 같다. 다른 병처럼 약을 잘 먹고, 잘 바르고 한다고 낫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너무나 기본적인 것들이 자기 의지대로 안 되는 것부터가 시작인 병이 기고, 약을 먹는다고 눈에 띄게 내 행동이 바뀌거나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약을 먹으면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데, 애초에 의지를 가지는 게 힘든 병이란 데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악순환이 계속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일단 악순환을 막고, 나아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게 하나씩 도전하고 노력했다. 나만 우울증이고 내가 자살하고 그러면 되는데, 내 자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정말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게 우울증 환자에게는 정말 쉽지 않다. 어느 정도냐면 지난 1년 동안 약을 꾸준히 먹은 것 외에 이제야 양압기에 도전한 것이 유일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찔끔찔끔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긴 하지만,
나 혼자 "우울증 환자치고 이 정도면 성공이지!" 라며, 악순환을 막기 위해 더더욱 생각을 고치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하나 있는 직원이랑 밥을 먹어도 안 체하고, 한 사무실에 둘이서 일해도 긴장 안되고, 약도 꾸준히 잘 먹고 있고, 양압기로 잠도 잘 자고, 이제 당뇨약만 잘 챙겨 먹고, 살만 빼면 된다.
하나씩 찔끔찔끔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꿔나가자.
안되더라도 시도라도 하는 게 어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