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이 땡기고 어깨가 땅땅하다.
오늘은 평생교육사 실습 첫날이다. 감사하게도 실습생으로 받아주신 기관에서는 경험이 많으셔서 도움을 많이 주실 것 같은 예감이다.
일을 많이 주거나 하시지 않으실 것 같고, 오늘도 첫날이니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식사나 함께 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5명이 오붓하게 책상에 앉아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는 그 분위기 자체가 너무 숨 막힐 것 같이 무거웠다. 그리고 직원도 아니고, 인턴도 아니고, 실습생이라는 위치에서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떤 예의를 갖춰야 하는지도 모르기에 나는 뻣뻣하게 긴장할 뿐이었다.
그런 내 모습이 더 예의 없이 보였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지금 내 상황이다. 다른 실습생이 더 있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싶긴 한데... 일단은 실습생이 나 혼자니까 더욱 긴장될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요한 사무실은 진짜 20년 만이다. 20년 전, 첫 아르바이트였던 번역회사 사무실이 이렇게 고요하긴 했었다. 나는 하루에 1 통도 걸려올까 말까 한 전화를 받는, 사무실에 여직원은 하나 있어야지 싶어서 뽑은 여직원이었고, 그 외에는 사장님 두 분이 고요하게 계셨던 곳이었다. 결국 3개월 만에 그 회사를 나온 나는 그 후로 그렇게 고요한 사무실에 일해본 적이 없었다. 학원 잡지사 방송국 콜센터 등 외근도 많고, 회의도 많고, 중간중간 대화도 하는, 티브이나 라디오가 켜져있기도 한 곳에서 주로 일했던 것이다.
지금도 두 군데의 사무실을 오가며, 하루에 몇 통씩 전화 상담을 하고, 청소도 하고, 직원과 회의도 하는 등 고요한 서류 작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고요한 사무실이 너무나 어색하다.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릴 것 같고, 핸드폰 진동소리도 죄송스러워서 무음으로 해놓아야 하는 분위기다. 2명의 직원은 둘이서 카톡 회의를 하는지, 사무업무를 보는지 암튼 고용하게 있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한테는 첫날이니 편하게 해야 할 일 있으면 개인 업무를 봐도 된다고 하는데, 사실 컴퓨터 앞에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눈치 보며 만화도 보고, 게임도 했는데 마음은 심히 불편했다. ( 그렇다고 눈 똥그랗게 뜨고 파티션 너머의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보며 몇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
궁금한게 회사 사무실은 원래 그렇게 조용한가?
조용히 무슨 일들을 하지? 갑자기 정말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일반적인 회사를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사람의 솔직한 궁금증이다.
정말 고요함이 기본값인가요?
눈치를 보다 보니 몇 시간이 흐르고, 어찌어찌 첫날 실습이 끝났다. 나름 많이 배려해 주신 감사한 곳인데, 내 성격이 나를 힘들게 해서 죽을 지경이다.
퇴근한 후 지금까지도 뒷골이 땡긴다. 어제도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잤는데, 오늘도 그럴 것 같아서 오늘은 남겨두었던 취침 전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강제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오전 중에 출근을 하니 하루가 길어지고, 상쾌해지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라도 장점을 끌어올려야 내일을 버틸 수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6주!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