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때리지 않았다 / 3일 연속 무엇인가를 했다
어제는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때리지 않았다.
인상을 팍 쓰고 있긴 했지만
계속 잠을 자긴 했지만....
이것 따위가 감사한 것에 너무 미안하지만
이렇게 라도 나아지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지금 나의 비굴한 삶인 것 같다
너무 창피하고, 비참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라도 해야
좀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고
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의 딸들, 미안하고, 고맙고, 또 미안하다
오늘은 좀 더 많이 웃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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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학생에게 해준 말이 기억난다.
"어두운 음악을 창작하는 입장에서, 그 곡이 너무 좋은데, 아마 발표하면, 주변에서 가족들이 별의별 말을 다 할 것이다. 그때 굽히지 말고, 이것은 창작일 뿐, 자전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너의 음악 세게를 지켜라, 매력 있다"라고 말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나는 내가 쓴 글을 내 부모와, 내 남편과, 내 자식들이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했는데. 아마 포기한 그 자체가 나는 예술가가 못 되는 싹수였던 게지.'라는 말을 삼켰다.
첫 소설을 읽은 부모님이 "그건 글이 아니다. 너의 글은 너무 야하고, 이해할 수 없다. 소설을 쓰겠다면 꼭 필명으로 쓰고, 철저하게 너를, 네가 내 딸임을 숨겨라"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보니, 사실 부모님이 그렇게 화를 낼 만한 표현들이었다. 이해가 된다.
또, 이제는 나 스스로 남편과 딸들을 위해, 굳이 그런 소설을 쓸 필요는 없겠다 싶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 학생은 지금도 음악을 만들고 있다.
그 학생이 지금도 나는 부럽다.
문득, 감사 일기로, 노골적으로 내 우울증을 진짜로 적는 것보다.
상상인 소설을 쓰는 게 가족들에게도 덜 상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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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어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때리지도 않았고, 밥도 잘 주었고, 설거지도 했다.
그런 나를 칭찬하고, 어제 하루가 감사하다.
또, 오늘 나는 3일 연속 무엇인가를 해냈다.
3일 연속 로션 바르는 것도 못하고, 3일 연속 같은 시간에 밥을 먹지도 못하고,
최근 들어 3일 연속으로 한 짓거리라고는 소리 지르고, 때리고, 사과하고, 잠을 잔 것뿐인데.
3일이나, 연속으로 감사일기를 쓰고,
과감하게, 나에게 있어, 어마어마하게도
발행이라는 것을 바로 해버렸다.
그런 나에게, 이런 나에게 용기를 준 브런치의 라이킷에게, 감사하다.
아직 매일이 달라진 것은 크게는 못 느끼지만,
감사일기를 쓰도록 하자, 별 생각 안 하고, 그냥 하기
일단 그냥 하다 보면,
나의 남은 생이
버릴까 말까 고민되는 구멍 난 양말이 아니라
구멍이 났음에도, 내 것이기에 소중한 양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