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은지 1년이 지났다.
애들한테 소리지르고 나쁜말을 하고 손찌검을 하는 나쁜 엄마여서 약을 먹기 시작했었다.
약을 먹고, 상담을 받고, 직원을 뽑고, 가사도우미를 부르고, 친정 엄마가 주1회 집에와서 밥도 해주면서
애들을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다정한 말을 해주고
미안하단 소리도 할 수 있게 좋아졌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약을 먹었다.
그렇게 1년이 더 지난 지금
이제는 눈이 안 떠진다.
하루에 12시간씩 잠을 자도, 눈이 안 떠진다.
정신과에서는 스트레스라고 했지만
안과에서는
안구건조증이라고 처음에는 말을 했다.
그런데 안약을 넣어도 딱히 말을 듣지 않는다.
당뇨 합병증인 망막변리 검사를 6개월에 한 번씩 하는데
이번에 검사하러 가서 눈이 안 떠진다고 말하니
안구건조증과 함께 안검연축 이라는 병명이 의심되니 다음주에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한다.
안검연축이 뭔가 검색해보니 결국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결국, 직원과 가사도우미와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몸이 좀 편해져서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으나
다시 비수기인 4월이 시작되었고
장사가 진짜 너무 안되니 스트레스로 눈이 안 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뇌피셜이 돈다.
약을 먹어도
불안정한 자영업이라는 직업에 따른 스트레스는 해결이 안되는구나 싶다.
그럼 약을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스트레스라면 말이다.
일주일에 하루도 온 가족이 밥 한 번 같이 못 먹는 날들이 지속되니
가정주부로서의 스트레스가 온 것 같기도 하고
가사도우미에 친정엄마까지 도와주고 있는 마당에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을 싸는 지경이지
잠도 12시간씩 자면서
무슨 스트레스인가 싶은 자괴감까지 든다
약을 먹어도 파도처럼 주기적으로 이렇게 우울감이 오는데
약을 먹어야 하는지
정신과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의심이 드는 요즘이다
마치
당뇨약 열심히 먹는데도
딱히 당뇨가 좋아지지 않아서 약 먹기 싫은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