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시어머니에게 제사비를 입금해드렸다.
그런데 어머님이 "고맙다" 한마디만 하셨단다.
평소보다 담백한 표현에 돈 입금 받으신 것은 아직 모르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각 안한다는 말에 고맙다 라고 하신 줄 알고, 저녁때 전화를 드렸단다. 입금했음을 알려드리려고.
그런데 시어머니가 "혹시 며느리 몰래 보냈나 싶어서 고마움을 다 표현을 못했다" 라고 하셨단다.
그 말에 남편이 "그거 며느리가 주래서 준거예요. 우린 비밀 없어요." 라고 대답하고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옛날부터 자연스레 돈을 합쳤고, 보통 3만원 이상... 아니 돈 천원을 쓰더라도 자연스럽게 서로 허락 비슷한 동의를 얻곤 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 서로 반대는 하지 않는다. 나 만큼 남편도 짠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 양가에 하는 돈도 평등하게 하는 편이고, 비밀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실 우리 형편에 뭘 해드린 적도 없다는 것이 더 사실인 것 같긴 하지만...... 특히 친정에.. 쩝.
암튼, 신혼때부터 서로 입이 가벼웠고, 돈이 없었고, 심지어 이제는 24시간 붙어있기 때문에, 비밀을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는 사이다. 특히나 돈에 관련된 것은.
하지만!
사실, 나는 비밀이 생겼다.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심지어 돈도 1만원씩 쓰다보니 거의 15만원 가량 야금야금 쓴 것 같다.
물론, 철저히 남편은 모른다.
그 비밀은.....
1단계가 있고, 2단계가 있는데.
바로
바로
1단계는 카카오 웹툰 보는 돈이다.
컴푸터 앞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지만, 당연히 짬이 나지 않는가?
거래처나 고객의 답을 기다릴때면, 그 몇 분이 다른 일을 하기에는 집중이 안되고, 뭘 보고는 있어야겠고 하다보니 다음 웹툰에 빠진 것이다.
그래도 연재일에 맞춰보면 무료니까 처음에는 절대 돈을 안 썼었다.
책 한권도 벌벌 떨면서 사는 주제에
무슨 만화에, 그것도 만화책도 아니고 웹툰에... 그것도 소장도 아니고, 대여에 한편당 200원 300원을 쓰는 것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1년 반 전 쯤인가. 2년 전인가.
"열무와 알타리" 라는 만화를 보게 되었다.
쌍둥이를 낳았는데, 한명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가정의 일상툰이었다.
우리 둘째와 비슷한 또래여서 그런가 마음이 짠하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보다보니 무료가 끝나고, 미리보기는 돈을 결제해야하는 것이다!
순간 고민했었지만, 내 이 몇푼이 작가님께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처음으로 포인트를 샀었다. 단 돈 몇천원이었지만 사실 꽤 고민을 했었는데, 후회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잘 봤었다.
처음에는 몇천원씩 결제해서 "열무와 알타리"만 봤었는데,
한번 포인트를 쓰다보니 이게 결제가 너무 쉬운 것이고, 유혹은 너무 강렬한 것이다.
"열무와 알타리"만 돈 내고 본다는 내 결심은 금방 무너졌고,
현재, '반지하셋방' '재활용쓰레기' '슬기로운내인생' '딩쓰뚱쓰' '유부녀킬러' 등 매일 꼬박꼬박 성실하게 돈내고 웹툰을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몇천원 결제는 안하고, 1만원 단위로 결제해서 보는데, 한달에 1만5천원 정도는 쓰는 것 같다.
내 자식과 남편에겐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내 딸에게 쿠키도 절대 못 사게하고 안사주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물론, BL애니 카페에 앉아 있는 내 또래 여성을 보고,
'엄마, 저 아주머니들은 BL이 뭔지 알고 저기에 앉아계신걸까? 모르고 앉아계시면 어쩌지?"
라는 말에
"딸아, 지금 BL 카페를 대놓고 차려놓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은 엄마 세대가 음지에서부터 있던 만화,동인지,BL,팬픽을 양지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은 충분히 즐기고 있어. 물론 엄마도 볼 만큼은 봤었단다."
라고 말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웹툰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은
내 권위를 빼앗기고, 딸들의 소비를 제약할 수 있는 명분을 뺏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하면서 딴짓하면서, 돈까지 쓴다는 것이 남편에게 알려진다면,
이건 이거대로...... 고용주 입장에서 뒤집어질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돈 몇 만원이지만, 철저하게 가족과 남편에게는 비밀인 것이다.
그리고
2단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