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분이 좋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날은 몇 년 만인 것 같다.
기분이 좋은 이유가 너무 많다.
1.
날씨가 좋다. 화사하고 예쁜 날씨. 온도 습도 밝기까지 완벽하게 예쁜 날씨다.
2.
새 옷을 입었다. 그 누구의 의견도 묻지 않고, 자신 있게 덥석 산 새 옷은 역시나 편하고, 예쁘다.
3.
선크림을 발랐다. 로션 바르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선크림을 발랐다. 나 자신을 챙긴 기분이다.
4.
밥을 먹었다. 아침 먹고, 애들 점심 저녁을 차려놓고 나오면 힘들어서 나는 안 먹고 그냥 차리기만 하고 나온 적이 많았다. 그리고는 돈 아까우니 라면하나 사 먹고 했는데. 오늘은 김밥을 푸짐하게 만들었고, 당당하게 만들면서도 하나 먹었고, 싸들고 와서, 점심으로도 먹었다. 허기가 지지 않으니 괴롭지가 않다.
5.
일을 했다. 항상 일을 하긴 했는데, 근근이 겨우 했었다. 집중력도 딸리고, 체력도 달리고, 일이 얼마나 하기 싫었는지 울면서 유튜브로 도망 다녔었다.
직원을 구해서, 직원님이 도와주셔서 겨우 사업이 굴러갔고, 나는 겉으로는 바쁜척했지만... 사실 정말 끝까지 미루고 미루면서 도망갔기에, 더욱 괴로웠다.
그런데 오늘은 그래도 조금 일을 했다. 그리고 주어긴 시간이 4시간 더 남았기에 ( 시터 선생님이 밤늦게까지 봐주신다 ) 좀 더 일을 할 수 있을 예정이다.
6.
내일은 출근을 안 하고, 친정에 간다. 명절이나 생신등 이유 없이 친정 가는 것은 처음이다. 잔소리 많은 엄마, 뚱한 언니, 조선일보를 보는 아빠... 그다지... 친정 가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안 했었다.
그런데. 정말 이유 없이 그냥 놀러 가듯 친정 가는 것 자체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뭐, 놀러 갈 데가 친정뿐이고, 친정언니일 뿐인 것이 좀 별로 긴 하지만..
특히, 이번 친정 나들이가 좋은 것은 혼자 간다는 점이다. 애들이 안 간다고 했다. 지들을 다 길러준 외할머니에게 대면대면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지만, 사실 애들도 이젠 외갓집가도 재미가 없고, 버스와 전철을 타고 가야 하니 그러라고 했다. 나는 공식적으로는 친정엄마가 사두신 단백질음료와 반찬을 가지러 가고, 비공식적으로는 언니랑 소맥을 말아먹으려고 한다.
기분이 좋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큰애가 마음을 바꿔서 외갓집에 같이 간다고 했다.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손녀들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간다고 해주니 고마웠다.
( 단, 조건이 있는데 엄마가 말을 명령조로 하지 않을 것이었다. 쩝)
소맥은 못 먹겠지만. 손녀들 얼굴 보여주니 그걸로 효도도 되니 좋을 것이다.
벚꽃으로 유명한 친정에서, 꽃놀이도 하고, 엄마밥도 먹고, 애들도 보여주고 오면 될 것 같다.
그래... 이렇게 기분 좋은 날도 있네.
고맙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