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낸 작가가 아닌 글쓰는 작가 브런치 X저작권위원회

AI는 나에게 동아전과 같다.

by 오승하

정보가 넘치는 사회가 되었다. 생각도 질문도 PC 앞에 키보드 몇 개 두드리면 나온다. 블로그 10분 완성 빠르다. 쉽다. 온라인 세계에서 눈 깜짝할 사이 뒤쳐진 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급해진다. 때로는 불안하다. SNS상에는 모두가 행복하다. 나만, 이 세상을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보통 사람도 욕심처럼 느껴진다.


AI 등장으로 가속화되는 현상을 느낀다. 쫓아가다가 문득 멈추고 싶어졌다. 멈추고 나니 주변이 보인다. 컵에 물이 얼마나 담겨 있는지 부족한지가 아니라, 컵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햇살 가득 한 창가 앞에 놓인 투명한 물 잔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이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 차분해진다. 햇살도 느껴지고 주방의 모습도 들어온다.


오프라인에서도 늘 바쁘게 움직였다. 온라인 세상도 늘 분주해야 했다 어느 순간 그 어디에도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를 생각하면 우울했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했다. 나만 그런 것일까. 이제 글쓰기도 AI 가 해준다고 너도 나도 책을 내고는 한다. 책을 낸 작가가 되기 위해 1년을 넘게 고민하고 쓰고 또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초고를 완성했다. 초고는 막 쓰고 퇴고는 정성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초고 역시 막 쓰지 못했다. 그렇게 고민해서 나온 나의 책 앞에 사람들은 챗 GPT를 이용하면 2달 만에 책이 완성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나의 노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말투이다.


시간 싸움에서 내가 패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진정 자신과의 싸움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한테 듣는 이야기가 우습다.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든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인데... 내가 배운 도덕적 잣대는 과정이 중요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자랐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삶에서 배웠다. 그런데 AI가 세상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와서 뚝딱 글을 써준다. 어이없지만, 제법 잘 쓴 글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괜스레 화가 난다.


"네가 뭔데 인간의 고유 영역에 침범하는 거야." 따지고 싶다.


상대는 감정도 전해지지 않은 AI이다. 많이 의인화되어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AI이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나보다 빠르고 정확해서 주눅이 들었다. 괜스레 심술이 났다. 이겨야겠다 생각하고 너를 알고 싶어진다. 어느 사이 나도 PC 앞에 앉아서 너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역시 빠르다. 내용이 맞는지 검토하라는데, 이런 젠장 내가 한 것보다 더 잘한다.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동아전과와 표준 전과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 숙제가 많았다. 혼자 공부하는데 한계가 느껴지자 엄마는 나에게 전과를 사주었다. 엄마도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보고 전과를 참고하라고 했다. 전과를 펼치고 문제를 보니 이해가 되었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집에 와서 전과를 보고 베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았다. 난 숙제를 다 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문제는 학교 쪽지 시험에서 40점 맞는 날이었다. 시험지를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엄마에게 시험지에 시인을 받아와야 된다는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시험지를 보여 드렸다. 어린 시절 전과를 참고했어야 했는데, 빼긴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너 다 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점수가 이게 뭐야!"


"다 아는 것 같았어요. 전과를 보고 풀 때는 분명 다 알았는데, 막상 시험지 받아보니, 긴장을 해서 그런가... 잘 풀리지 않았어요." 엉엉 울면서 나누었던 그때의 아련함이 떠오른다.


그랬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숙제를 하면서 술술 베껴서 쓰는 전과를 보고 다 안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험지를 받아 보고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나는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수학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팠다. 엄마가 사준 전과를 보고 있으면 내가 초라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뒤 나는 전과를 참고만 했지, 베껴 쓰지 않았다. 많이 연습했다. 많이 연습하고 풀어 보니 어느 사이 수학은 나의 실력이 되었다. 실력은 그렇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어린 시절 경험했다.



어른이 되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정보 처리 능력도 뛰어나다. 이미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다. 글쓰기 역시 보편적으로 맥락에 맞게 쓰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AI 글을 쓰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글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 옛날 나의 어린 시절 전과를 베껴 쓰듯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전과를 베끼듯 AI의 결과를 그대로 SNS 상에 혹은 글로 책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글쓰기란 '나'라는 사람마다의 공유한 색채가 담겨 있다. 세상의 모든 경험이 다르다.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도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마치 사람마다 손 지문이 다르듯 똑같은 사연이 없는 것처럼 글쓰기도 이와 같다. 사람들의 삶은 각자만의 고유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AI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다. 잘 설명은 해줄 수 있어도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는가 나는 이런 과정을 <사람의 고유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책 낸 작가가 아니라 글 쓰는 작가"가 되었다. 언제 어디에서나 나의 경험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글 쓰는 작가가 된 후 생각 정리의 힘이 커졌다. 과거 상처로부터 마음에 응어리가 손끝으로 적으면서 치유의 글쓰기를 경험했다. 생각 말고 행동으로 경험을 담으니 나만의 고유한 가치가 형성이 되었다. 글을 매일 쓰다 보니, 어느 사이 새로운 기회들이 나에게 온다. 나의 경험의 밀도를 담아 가치를 형성하는 글쓰기 코치가 되었다. AI 시대가 되니,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치가 되었다. 어느 사이 나라는 사람이 브랜딩 되었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끈기와 집중력이다. 모든 것을 다 생각하고 자료 제공해 주고 답을 주는 AI 시대에 오히려 사람들은 끈기 있게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집중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성서 시편 37편 29절에는 "의로운 자들은 땅을 차지하고 거기서 영원히 설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나만의 방식과 생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영역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글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가치를 형성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만이 가지는 정서를 넘어서기 힘들다. 작가의 글은 사람을 영원히 서게 만들 수 있는 시선을 만들어 준다.


AI가 그림도 그려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글도 써주지만, 한 참 보고 있으면. 뇌가 피곤해진다. 종이 책을 읽고 집중해도 3시간도 좋고 4시간도 좋다. 그런데 AI의 정보성 글을 3시간 이상 읽으면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왜일까 AI 글에는 틈이 없다. 사람의 글에는 틈이 있어 숨구멍이 중간중간 보인다.


AI 글의 시선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전과를 보고 배기고 있는 나의 어린 시절이 보인다. 진정한 자신의 실력은 키우지 못한 채 조급하게 따라가는 것 같다. 한 번은 두 번은 속일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착각을 마주하는 때가 온다. 진정한 실력은 시험 볼 때 나오듯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일상을 여행처럼 글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어린 시절 경험을 통해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닌 나의 경험에 마음을 담아 세상을 만나고 싶다. 지식이 쌓여도 결국 경험을 통해 지혜가 되는 것처럼 글은 직접 겪어야 되는 과정이다. 경험은 소중하다.


낸 작가는 물론 글을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글 쓰는 작가가 되었다. 사람들의 틈새를 따스한 햇빛으로 비추는 작가가 되고 싶다. 물 한 컵에 담기 물만 보는 작가가 아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따스한 글. 숨 쉬는 미래를 비추는 햇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쓰세요. 나의 경험을 글로 담아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승하책방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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