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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리 Aug 23. 2023

비 내리는 날의 학교 풍경

비가 내린다.


운동장에도

학교 정원의 나무들 위에도

자동차 지붕과 유리창에도

창문으로 내다보는 뒤뜰의 꽃들과 풀밭에도


쏴아 쏴아 토도독 토도독

가을을 재촉하는 비라서 그런가

시원하고 상큼한 소리가 난다.


아침에 학교 중앙 현관에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비를 맞으면서도 뛰지 않고 터덜터덜 걸어서 오는 아이

우산을 몇 번 접었다 폈다 하면서 물기를 털고 차분하게 잘 접어서 교실로 올라가는 아이

우산을 대충 접어서 물기도 털지 않고 무심한 듯 교실로 올라가는 아이


먼저 고개 숙여 인사하는 아이

인사를 받고 같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아이

인사를 받고서도 어색하게 그냥 지나가는 아이

인사를 하는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아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아이

자다가 막 깬 듯 부스스한 머리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아이

깔끔한 옷을 입고 한쪽 어깨에 가방을 걸치고 한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는 멋을 부리며 시크하게 걸어오는 아이




아이들은 어쩜 저리도 다른지

어쩜 저리도 잘 컸는지

어린 나이에도 어쩜 저리 멋있는지


오늘은 비가 내려서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수도 없고

친구들과 뛰어놀 수가 없어서

인구 밀도 높은 교실에서만 지내야 하니 답답하겠다.

실내 체육관이라도 넓으면 좋으련만


오늘 아침의 학교 풍경은

비 내리는 운동장

비 내리는 교정

비 내리는 교문

비 내리는 교실의 창문

비를 맞는 나무들과 꽃들

그리고 걸어오는 싱그러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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