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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나그네 Aug 24. 2016

여운, 죽기 전에 꼭.

세븐 시스터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에서 여운을 만나다.

죽는 순간이 오면, 그토록 커 보이던 어떠한 것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고 한다. 그 순간이 오면, 하지 못했던 것들을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과감하게 재지 말고 사랑하고, 여행하고, 즐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죽기 전에 먹어야 할 것이 많이 들린다. 도대체 죽기 전에 할 게 왜 이렇게 많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기 넘치는 나는 런던에 온 김에 가봐야지 또 언제 런던에 올까 라는 생각으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세븐 시스터즈로 향했다.


런던은 흐리다고 하지만, 있었던 내내 뜨거운 햇볕만이 나를 따라다녔다. 햇볕을 뒤로 하고, 당당히 브라이튼역에 도착하여 2층 버스 앞자리를 선렴하였다. 그덕에 가는 내내 멋진 장관을 구경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록 열 걸음에 한 번씩 서는 버스지만, 멋진 하늘과 자유로운 사람들, 길게 뻗은 바다를 보며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 듯했다. 나와 같이 2층 앞자리를 선점한 오른쪽에 앉은 여자는 홀로 맥주를 마시며, 버스의 여정을 즐기는 것이 멋스러 보인다.



그러나 여행이란 게 늘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나듯, 완행 버스를 타버린 탓에 1시간이면 갈 길을 2시간을 넘게 달려왔고, 패기 넘친 내 모습은 끝내 두통과 더위로 아무것도 못 먹을 만큼 속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힘겹게 온 길이란 생각에, 세븐 시스터즈로 향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그야말로 드넓은 푸른 초장.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에 기가 막혔고, 뜨거운 해 아래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걸어가자니 기가 막혔다. 일단 발길이 닿는 대로 어디서나 만나는 한국인을 지나, 수영을 막 했는지 옷이 젖어버린 사람들을 지나, 자신만 한 배낭을 멘 사람을 지나, 잔잔한 호수를 지나, 이런 곳에서 누가 이 아이들을 돌볼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양 떼들을 지나, 드디어 햇볕에 반짝이는 자갈길을 만났다. 그리고 그 앞으로 펼쳐진 해안, 뒤로 펼쳐진 푸른 초장, 옆으로는 말로만 듣던 7명의 자매를 닮았다는 세븐 시스터즈 절벽.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곳 오다가 죽을 것만 같이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그래서 절벽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가만히 앉아 그 모든 광경을 감상하며 쉬기로 했다. 광경만큼이나 사람 구경하기를 즐기며.


뜨거운 해변 아래 누워 잠을 청하던 어떤 여자가 괜히 부러워진다.


이 사람은 어디서 왔을 까? 뭐하는 사람일까? 어떻게 하다 여기 오게 되었을 까? 어떤 사연을 가지고 살아갈까?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저기에 앉아 있을까? 저도 나에 대해 이렇게 궁금해할 까?


여자는 다 쉰 건지 주섬주섬 옷을 다시 입고 이곳을 향해 걸어온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말고 여자가 멈추며, 먼저 사진을 찍어줄 까 묻는다. 이 것도 기억인데, 흔쾌히 좋아 라고 하며, 멋진 사진 한 장을 남긴다. 그리고 여자는 다시 자유롭게 떠난다. 멋진 사진과 함께 무언가 나에게 여운을 남겨버린 여자.


 

비록 몸이 지쳐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빠졌지만, 그 여자가 남긴 여운과 풍기는 분위기는 나에게 어떠한 바람을 불어넣은 듯하다. 그녀는 알까. 이것을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유 없는 여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때 나는 어떤 분위기로 기억될 까.


죽기 전에 꼭 와봐야 할 만큼 멋진 광경을 눈으로 직접 담았지만, 햇볕의 뜨거운 촉감과 두통으로 오는 고통과 여자가 주는 여운과 그럼에도 좋았다는 감정을 함께 담아 안고 돌아간다.

여행과 사진의 다른 점은 바로 오감을 통해 경험하며, 기억과 분위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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