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너무 사랑하니까 헤어지자. 근데 밖은 정글이더라

보람되고 열정을 쏟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많은 배움과 성장이 있었던 시간과 별개로 몸과 마음은 조금씩 망가져가는 S사에서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맡은 업무들은 하나씩 완료하며 24년이 되었다.

다만, 내가 담당한 업무들과 별개로 회사의 좋지 않은 다른 이벤트들이 발생했는데, 이는 당시 외국투자유치에 따른 절차 지연, 런웨이 압박, 대주주 설득 등에 더해 대표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리더쉽 회의에서 화를 내는 일들이 잦아졌고, 결국 그 화가 내게도 뻗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IPO 기술평가 현장에서 본인이 왜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하냐는 것이었다.

“제가 꼭 여기에 참석해야하나요?”

”네, 당연히 대표님께서 참석하셔야 합니다. 상장을 실무적으로는 담당자인 제가 챙기더라도 대표님께서 얼굴을 비추셔야하는 자리입니다.”

사실 대표가 해당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할 일이 많지는 않더라도 평가위원들에게 보이는 정성적인 부분을 위해서 상징적으로 참석해야하는데, 그런 요식 행위에 쏟는 시간을 아까워했고 그 화를 낸 대상이 나였던 것이다.

되돌아보면 나 역시 그렇게까지 대단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지만, 당시에는 대표의 지시로 구원투수처럼 일을 맡아 1.5년간 모든 시간과 열정, 건강을 희생해가면서 진행했고, 무사히 마지막 관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그 일을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실망을 했기에 부사장님과 다른 임원들의 많은 회유에도 퇴사를 통보하게된 사건이 되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아이 크는 모습도 잘 못챙기고, 건강은 망가져가는데 더 이상 그렇게 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S사는 내가 정말로 사랑하며 일했던 곳이어서, 퇴사 이후 바로 다른 곳을 찾지는 않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 그리고 평소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왔던 부동산 경매에 반년정도 시간을 썼는데, 결론적으로 보유한 자본금이 떨어지면서 투자도 멈출 수 밖에 없었고 다시 취업을 할 수 밖에 되었다. (이 기간 동안의 이야기는 별도로 글을 쓰도록 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다시 취업을 하게 된 곳은 시각AI를 한다고 홍보한 곳인데,,, 이곳이 내 인생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https://brunch.co.kr/@bigpowerdaddy/12


image.png?type=w1 이제 막 시작되는 기술인데 1.5년간 기술개발에 투자했다고?

내가 재직한 회사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해보면 대기업(L사) >> 외국계기업(I사) >> 유니콘 스타트업(S사) >> 그냥 스타트업(K사) 순이었다. 물론 개별 이직은 도전과 성장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고 시작했으나, 한편으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취업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점차 기업의 사이즈를 줄여간 것이기도 하다. 기업이 작아질 수록 안정성과 체계가 없다는 것은 미리 인지했지만, 대표들의 성향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 된다는 것은 대기업이나 외국계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S사도 스타트업이었지만 기업이 300명 이상 되도록 잘 성장해왔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독보적인 기술도 확보한 곳으로 그 미래에 대한 확신은 있었고, 그 과정속에서 새로운 일을 하면서 개인적인 성장도 컸기 때문에, 더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차근차근 발전해나가는데 일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K사에 합류한 가장 큰 이유였다.

새롭게 취업한 K사는 20명 규모의 스타트업이었고, 기술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2019년 창업이래 흑자를 유지하는 곳이었으며, 고객사 레퍼런스도 많아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 (매출은 초기 기업이 외감을 받지 않기때문에 정부보조금을 포함한 금액이었고, 고객 레퍼런스는 계약서도 없이 그럴싸한 기업들의 CI를 가져다 PPT에 첨부해놓은 거짓이었다는 것은 합류 이후에 알게 되었다.) 초기에 잘 세팅하고 운영되면 확장, 성장의 시기를 거쳐 IPO까지 잘 해낼수 있다는 기대로 합류했으나, 사실 대표는 직원들은 안중에도 없이 본인만 생각하고 투자자를 속여서 한탕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득찬 사람이었다.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사람이 오면 그 산업을 이해하고, 회사의 현황과 제품을 이해하는 시간, 허니문 기간이 필요할텐데, 심지어 회사를 외부에 소개하고 투자를 받아야하는 담당에게 그것 없이 무조건 만들어내라고만 닥달하니 괜찮은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수 없다는건 자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받아오라고 입사 이틀째부터 투자자용 IR을 완료(준비 아님)하라고 하는데, 모든 것이 거짓이었으니 내부에 정리된 자료가 있을리 만무했고, 그 와중에 욕심은 많아서 450억원이라는 고밸류로 투자를 받기 원했다. 얼마나 양심이 결여된 사람이었냐면 IR 자료에 넣을 고객사를 있어보이게 하기 위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 사례로 미국 유명 대학교를 넣으라고 했는데, 그 학교가 우리 솔루션을 도입해냐고 물어보자, 자기 아는 사람이 그 대학교 출신인데 회사 솔루션을 쓰게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더욱이 회사가 소개하는 솔루션은 자체 개발한 VLM이라고 투자자에게 설명하지만 실은 ChatGPT를 엮어서 그럴싸하게 보여주었다. 어떻게 어린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해당기업 대표 주변 스타트업 대표들이 그런 사람들이 많아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물론 개인 양심이 무딘게 제일 큰 문제다). 내가 지금껏 겪어온 회사들과는 너무도 달랐고, 많은 상식과도 맞지 않는 행동이었기에 대표랑 치열하게 다투고 어떻게든 길을 찾아보려고 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다음화에서 마무리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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