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첫 만남’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서로 다른 버전으로 회상하며 웃곤 한다.
때는 구정 연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나는 그 당시 화제가 되었던 역술인을 찾아가 신년 운세를 보기로 했다. 20대 후반, 미래가 막막하고 현재가 답답하던 시기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그 점집, 정확하게 말하면 철학원. 그곳에 내 ‘미래의 남편’이 있었다. 심지어 ‘미래의 시어머니’까지... 그렇다. 나와 남편은 점집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바로 뒤에 줄을 선 사람이었다.
남편은 당시까지만 해도 결혼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결혼 자체에 회의적이었단다. 남편 말로는, 자신은 여자를 볼 때 기준이 하늘을 찌르도록 까다로웠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날, 거기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거라고 믿으며, 온갖 사적인 이야기를 친구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그 대화를 듣으면서, 점점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저걸 잡아채야겠다!'
그는 결혼하고 한참 뒤, 자신을 이해해줄 것 같아서 나를 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남편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꽤나 특이한 인물로 통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고, 대부분의 사람이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에 들었던 그 추측이, 만나면서 점점 확신으로 변했다고 한다. 내가 기본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가 인생 모토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섣불리 판단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성향에, 겉보기에는 마음이 넓어 보여도 사실은... 철저한 ‘타인에 대한 무관심’ 덕분이다. 나의 그 무심함이, 누군가에겐 '이해'처럼 느껴졌다는 사실이 좀 재미있지 않나.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기묘한 오해에서 출발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날 사주를 보러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행운이었는지, 실수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그래도 이렇게 10년을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계속, 관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