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장남이다.
그리고 그는 가부장적인 사람이다.
이 두 단어가 나란히 붙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권위적인 태도, 일방적인 결정, 가족 안에서 서열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들. '가부장적'이라는 단어는 보통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만큼 그를 잘 설명해주는 말도 없었다. 아무래도 그런 이미지 때문인지, 처음에는 그가 다소 가정적이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그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나는 ‘가부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조금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그런 면모는 평소 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친구들을 잘 만나지 않았다. 퇴근길에 샛길로 빠지지도 않는다. 친구 가족이랑 다같이 만나는 것 제외하고 따로 만나러 나가는 건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다들 멀리 살아서, 현생을 사느라 피곤해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집돌이다. 나와 같이 요리해 먹는 것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요리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도 잔뜩 들어가면서 아이들도 잘 먹을 것 같은 새로운 레시피를 저장해놓는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이거 한 번 해볼까?” 하면서 꺼내 본다. 그렇게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보는 게 그의 소소한 기쁨이다. 아이들 간식도 먼저 나서서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하곤 하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른다. 나라면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을텐데. 어떨 때는 나보다 낫다.
돌이켜보면, 결혼하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며느리로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내가 불편해할 만한 상황이 생기면 먼저 알아채고 끊어주는 쪽은 늘 남편이었다. 혹시라도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 마음을 알아주었고, 그것 만으로도 서운한 감정이 풀릴 때도 많았다. 그렇게 함께 살아온 10년. 가부장과 가정적인 것은 서로 대치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대장처럼 군림하기보다는, 가정이라는 작은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사람에 가까웠다. 가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그의 ‘가부장’은 권위가 아니라 책임감이었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그는 늘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다. 그만큼 자신이 지켜온 무게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에 대한 존중으로,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다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