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AI가 아닐까?

by 함박

남편은 입력 출력이 확실한 컴퓨터 같은 사람이다. 컴퓨터처럼, 명령을 주면 착착 실행한다. 다만, 한 번 잘못 입력되면 이상하리만치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약간은 모자란 컴퓨터랄까...


업데이트가 안 되는 대표적인 항목이 있다. 바로 내 친구들의 이름. 처음부터 이름으로 알려줄 것을, 헷갈려하니까 내가 '키 큰 애'라든지 '몸 약한 애'라든지 친구의 특징으로 설명해버릇 해서 아직도 이름이 잘 입력되지 않은 친구가 몇 있다. 나는 남편 친구의 개명 전 이름까지 알고 있는데 말이다.


또 하나는 얼굴 인식. 좋아하는 연예인 얼굴도 잘 못알아본다. 남편은 배우 박신혜 님을 참 예뻐라하지만... 같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어우, 쟤 예쁘다. 누구야?" 하면 열에 아홉은 박신혜다... 머리스타일이나 화장이 달라지면 최애도 못 알아본다. 심지어 OTT 서비스 화면의 작은 썸네일로도 예쁜 건 알아보지만 박신혜인지 모르는 그... 나는 그냥 익숙해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지출 내역. 예전에 한 번 이사하면서 대대적으로 장을 짜느라 돈이 꽤 많이 들었는데, 남편이 기억하는 금액은 실제보다 거의 두 배였다. 내가 쓸데없이 과소비한 여자로 기억될까봐 "그 정도로 안 썼어, 정확히는 얼마얼마야" 하고 몇 번 업데이트를 시도했지만... 404 Not Found. 번번이 업데이트 실패다. 그냥 포기했다.


그래도 이 모자란 컴퓨터, 업데이트는 잘 안 되지만 그래도 한 번 저장된 것은 오래 가니까. 나름 귀엽고 듬직한 AI같다. 내가 평생 잘 써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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