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그리기, 다이어리 쓰기, 독서, 각종 만들기 등등 취미 부자인 나와 달리, 남편은 취미가 별로 없다. 남편의 취미는 소설 읽기와 게임. 그 중에서 남편의 게임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에너지를 아껴라
일하고 들어와 파김치가 된 남편은, 집에서는 침대나 소파에 가만히 앉아(누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마저도 아이들 덕분에 소음공해가 있어 온전히 조용한 시간은 아니지만 말이다. 보통 쇼츠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설정만 조금씩 바꿔가며 자동으로 전투하게 하는 게임을 좋아한다. 2,30대 같았으면 퇴근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밤 늦게까지 게임을 했을텐데 40대에 접어든 그는 이제는 게임에 그만큼 에너지를 쏟을 힘이 없단다. 그렇지만 하고는 싶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자동 모드다.
장비에 진심인 어른
그래도 게임에 대한 욕망은 아직 남아있어서 닌텐도 스위치도 있고, 플레이스테이션도 있고, 게임을 위한 태블릿도 있다. 요즘 빠진 게임은 마비노기 모바일. 조그만 핸드폰 화면으로 게임을 하다 답답해진 그는, 내가 쓰다 넘겨준 오래된 태블릿으로 게임을 돌렸고, 성능이 떨어져 게임이 잘 돌아가지 않자, 마비노기가 잘 돌아갈 만한 태블릿PC를 새로 들였다. ‘마비노기 잘 돌아가는 태블릿’과 같은 검색어로 기능과 가격의 가성비 사이에서 수많은 제품을 놓고 근 한 달 정도 고민하다 고성능이지만 높은 가격의 제품으로 삘 받은 어느 날 확 질러버렸다. 이것이 어른의 경제력, 어른의 위엄인 것이다.
부부의 대악마 소탕 작전
재작년, ‘디아블로4’가 출시일이 다가오자 그는 설레는 얼굴로 말했다.
“당신도 한 번 해 봐. 같이 하자. 응? 응?”
처음엔 ‘게임을 내가 왜…’ 했지만, 몇 밤 지나니 자연스레 다음 퀘스트를 깨기 위해 육퇴 후 플레이스테이션을 켰다. 둘이 해서 그런지 힘을 합쳐 적들을 물리치는 것도 뿌듯하고(?) 이미 ‘디아블로2’를 열심히 했던 남편은 게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뭘 어디서 찾으면 되는지 알고 있어서 나는 남편 뒤만 졸졸 따라다니면 되었다.
게다가 나는 뭘 하든 몰입을 많이 하는 편이라 엄청난 반응을 보인다.
“독화살!!!!”
“구울 쉐키!! 소름끼쳐!!!!! 죽어라!!!!!!!!“
(…나같아도 나랑 게임하면 재미있을듯)
남편도 둘이 하는 게 더 재미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두 달정도 하자 공식 퀘스트를 다 깼고, 나는 게임에 흥미를 잃었다. 남편은 한동안 시무룩하게 혼자서 게임을 하다 이제 질렸다며 디아블로4를 잘 켜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는 마비노기를 같이 하자며 나를 꼬셨지만 나는 결국 함께하지 못했다. 미안해, 남편…
40대 아저씨에게 게임이란… 현실의 고단한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세계일 것이다. 이런 취미라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