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주량을 말하기 전에, 나의 친정 아빠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아빠는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분이다. (심히 걱정된다 ㅠㅠ)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 술자리에서 각자 한 병씩 마시는 게 기본인, 그런 분이다. 집에 있는 와인 셀러에 와인이 늘 가득 차 있다. 그러다보니 친정 가족모임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집에 사위로 들어온 나의 남편... 그는 술이 정말 약하다. 나랑 맥주 한 캔 나눠먹으면 '아, 좋다~ 취한다~'하는 정도로 우리 부부는 소위 '알쓰'다. 그런데 결혼 초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따라 주시는대로 마시니까, 아빠는 신이 나서 사위에게 술잔에 술이 비는 족족 계속 채워주셨고, 남편의 얼굴은 터지기 직전으로 빨개져 헤롱거리며 앉아있었다. 한 번은 내 차로 친정에 갔다가 남편을 태우고 집에 돌아왔는데 다음날 물어보니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분명히 멀쩡하게 말했는데, 필름이 끊긴 것이었다니... 그 뒤로 나와 엄마의 지시로(?) 사위에게 마음껏 술을 따라주지 못하시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젊은 시절 친정 아빠는 한 번 술 마시러 가시면 당연히 새벽에 귀가하셨고, 고주망태가 되어 오신 적도 많고, 일단 마시는 그 절대적인 양이 어마어마하시기 때문이다. (쓰면서 아빠의 치부를 들추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이겠지...) 와인 한 병을 둘이서 다 못 먹는 우리 부부는 예전에 "와인 마시다 남으면 며칠 동안 보관해도 될까요?"라고 여쭤봤다가 "남긴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라는 답변을 받고 이마를 탁 쳤던 기억이 있다.
그에 비해 남편은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도 절대적인 양이 내가 느끼기엔 적다. 술 마시고 들어온다고 해도 대체로 자정 전에, 아무리 늦어도 새벽 2시 전에는 집에 왔다. 사실 새벽 2시에 온 건 결혼 10년 동안 두 번쯤 되려나. 그러다보니 걱정할 일도 없고, '좀 더 놀다와도 되는데'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술 좋아하는 아빠를 둔 게 이럴 땐 장점이 된다. '마셔봐야 얼마나 마시겠니?'하는 마음으로, 귀엽게 바라보게 된달까?
남편과 10년 동안 데이터를 쌓아본 결과, 그는 와인, 막걸리 같은 술은 다음날 힘들어하고, 오히려 고량주나 꼬냑 계열이 숙취가 덜하다. 약한 술을 먹게 되면 두 잔 이상 못 마시게 하려고 한다. 술을 못 마시게 하려는 이유는 숙취 때문에 힘들어 할까봐도 있지만, 사실 그는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수다쟁이인데, 세 잔이 넘어가면 말이 폭발한다. 그러면 나는 ‘워워’, 조용히 눈치를 준다.
어쨌든 내 남편이 술꾼이 아니라 참 다행이다. 그에게는 술 두 잔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