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도 방랑객 Oct 28. 2019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노선

츠가루선(津軽線) 첫 번째 이야기

  세상은 가면 갈수록 더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도태라는 아주 무서운 벌을 내린다. 사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없던 것을 만들어내고, 있던 것을 개조하면서 버텨오고 있다.

  철도교통도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더 빠르게, 더 편하게, 더 조용하게 운행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개조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에도 도시 밀집지역을 제외하면 신규 노선은 거의 신칸센에 국한될 만큼, 느린 철도의 신규 개통은 소식이 뜸하다.

  하기야 하루가 멀다 하고 지도 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철도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일본에서, 이와 같은 지위에 있는 철도를 신규로 개통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지도 상에서 없어지지 않고 유지하는 철도들이 변화하는 세상에 도태되지 않고 버텨낸 철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홋카이도 신칸센 개통과 함께 생긴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수도인 도쿄에서 북쪽으로 약 700여 km 떨어진 곳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섬의 끝이 보이는 곳이다. 그곳에는 일본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홋카이도와 혼슈를 이어주고 있다. 그 터널 이름은 세이칸 터널.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와 혼슈의 아오모리의 한 글자씩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이 터널은 재래선 전용 터널이었으나, 2016년 홋카이도 신칸센 개통과 함께 신칸센 열차가 다니는 터널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일부 지하철을 제외하고는 모두 표준궤를 사용해서 열차 종류에 상관없이 궤도가 일치하지만, 일본은 재래선과 신칸센의 궤도가 달라서 세이칸 터널은 궤도 건설을 보강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 신칸센의 개통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은 터널과 연결되었던 츠가루선이다. 이 츠가루선은 홋카이도와 혼슈를 이어주는 중요한 노선으로써 항시 열차들로 붐볐던 노선이었으나, 그 역할을 신칸센이 가져가면서 이제 열차 구경을 하기 힘들어진 시골 철도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신칸센에게 홋카이도 관문 노선을 넘겨주고 만 츠가루선.


  이 츠가루선과 홋카이도 신칸센은 같은 위치에 접하는 역이 있지만, 운영하는 회사가 달라서 그런지 역 이름도 마치 서로 완전히 다른 곳에 동떨어진 듯 다르다. 그러나 이 두 역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이름이 있었으니, 노선 이름과 같은 '츠가루'다. 츠가루선이 운행하는 곳은 츠가루 반도라 불리는 지역이어서 노선 이름과 역 이름에 반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다른 회사여서 다른 역이름을 사용하는 두 역.


  츠가루가 들어가는 이 두 역은 걸어서 5분이 되지 않는 시간에 환승이 가능하다. 이 두 역의 공통점은 츠가루가 들어가는 것 외에 정차하는 열차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인데, 이 주변 풍경이 '이곳에 역이 왜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량하기 때문이다.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서 바라본 역 주변 풍경.


  단지 츠가루선과 홋카이도 신칸센이 만나기 때문에 편의상 역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 구경이 힘들었다. 도로는 있으나 이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아서,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 주변은 항상 고요함이 묻어 나온다. 시간이 멈춘듯한 마을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이 넓은 철길 가운데 츠가루선은 맨 우측의 한 줄이 전부다.


  홋카이도 신칸센과 츠가루선 사이에는 화물열차가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신칸센을 먼저 보내기 위해서 화물열차가 이곳에서 잠시 대기하는 듯 보였다. 비록 신칸센으로 궤도가 변경되었다고는 해도 세이칸 터널은 신칸센과 재래선 열차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구간이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


승강장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려운 츠가루후타마타역.


  신칸센이 들어오면서 안 그래도 왜소하게 느껴졌던 츠가루선은 이제 빈약함을 넘어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과 달리 승강장만 달랑있는 츠가루후타마타역은 역 입구에 가서야 이곳이 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꼭꼭 숨어있었다.

  마치 폐선이 되어버린 듯 너무도 고요해서 이상하게 느껴졌던 츠가루선. 그런 의심은 열차가 제시간에 맞춰 들어옴으로써 깨지게 되었다. 물론 '헛걸음한 것은 아닐까?'에 대한 불안감도 같이 사라졌다. 비록 다니는 열차가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츠가루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한결같이 열차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 모습은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륙과 해안을 아우르는 철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