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노레일 두 번째 이야기
선로가 하나만 있어서 모노레일이라 불리는 철도 교통. 한 선으로만 되어있기 때문에 다른 철도 교통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 여기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되곤 한다. 이번에는 모노레일의 선로를 살펴보면서 일반적인 철도 교통과 어떤 면이 다른지 알아보려고 한다.
모노레일 선로는 일반적인 철도 교통의 선로와 달라서 멀리서 봐도 눈에 띈다. 다른 선로와 달리 모노레일 선로는 마치 건설 중인 건물의 철골구조를 보는 것처럼 아래에서 바라보면 무언가 부족한 미완성 상태로 보인다. 철도 교통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면 열차의 모습을 온전하게 볼 수 없지만, 선로가 하나인 모노레일은 선로 아래에서도 열차가 바로 보일 정도로 시설이 의외로 단순하다.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열차가 안전하게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모노레일 선로가 독특한 형태로 발전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아무튼 이렇게 선로만 덩그러니 자리한 모노레일 선로 덕분에 열차 내 차창 풍경이 다른 철도 교통에 비해 월등히 좋다. 철도 교통의 경우 소음 문제 때문에 방음벽을 설치한 구간이 많아서 차창 풍경을 기대할 수 없는 구간이 많다.
그에 비해 모노레일은 철도 건널목과 같이 도로와 겹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에 주로 고가교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방음벽도 따로 필요 없기 때문에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도 차창 풍경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열차 위로 선이 있는 열차는 전후 차창 풍경은 열차 아래로 선이 있는 열차에 비해 방해 요소가 있다. 그래도 아래쪽만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하늘을 날고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곡선 구간에서는 열차가 미세하게 떨리기 때문에 마치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에 있는 기분이 든다.
선 하나만으로도 이동하는데 문제가 없는 모노레일. 아니, 선 하나에 모든 시설이 압축되어 있는 모노레일. 선로를 바꾸기 위한 선로 변환도 다른 철도 교통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래 철도 교통은 궤도가 존재해서 유도선인 선로가 직접 움직여야 열차가 다른 선로로 이동할 수 있다.
2개 선으로 이루어진 다른 철도 교통의 경우 궤도가 움직여도 선로를 자세하게 보지 않는 이상 바뀌었는지 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하나의 선만 존재하는 모노레일은 그 변화가 워낙 잘 보여서 열차가 어디로 진행하는지도 금방 알 수 있다.
선로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빈틈없이 꼬리를 물고 있는 선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들이 블록놀이를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저렇게 정확하게 선로가 맞을까?' 하면서 홀로 감탄하게 된다. 선로는 전기설비도 함께 갖춰져 있는데 끊어졌다가 붙었다 해도 전류가 원활하게 공급되는 것도 신기한 장면이다.
모노레일 선로 변환 장치는 생활 속 수학에 나올 법한 장면도 볼 수 있다. 어릴 적 수학 시간에 원의 곡선 부분을 끝없이 확대해보면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 그런 어려운 내용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선로 변환 장치를 통해 직접 보여주었다. (반대로 말하면 직선을 잘게 나누면 곡선이 될 수 있다는 내용) 이처럼 직선이 되었다가 곡선이 되었다가 하는 마법도 모노레일의 선로 변환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열차의 운명을 누구보다도 먼저 알고 있는 모노레일 선로. 선로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열차는 움직이고 있다. 선로가 움직이고는 있지만 열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는 다른 선로처럼 철저하게 고정된 상태로 유지가 되고 있는 것도 당연해야 하지만 신기하게 보인다. 다른 시설은 그 어떤 철도 교통보다 단순한 모노레일. 선로 변환만큼은 많은 시설이 필요해서 그런지 모노레일은 다른 철도 교통에 비해 선로 변환 시설을 많이 볼 수 없다. 그래서 모노레일로 운행하는 노선은 행선지가 다른 철도 교통보다 단순해지는 문제가 있다.
선로의 차이만 있을 뿐, 승강장은 특별히 다른 철도 교통과 차이가 없다. 선로가 열차 아래로 지나가는 모노레일의 경우는 전철인지 모노레일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대신 선로가 열차 위로 지나가는 모노레일은 바닥이 평평해서 그런지 마치 버스 정류장을 연상하게 한다.
다른 철도 교통과 달리 모노레일 선로가 분기할 때는 유독 시야를 더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로 자체가 워낙 굵고 높기 때문에 선로 분기가 있는 곳은 실타래가 얽혀있는 것처럼 상당히 복잡하다. 특히 고가교 상에서 입체 분기가 일어나면 그 아래 도로나 시설을 완전히 덮어버릴 것만 같다.
그런 모노레일의 끝은 의외로 허무함이 가득하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거대한 장벽도 최소한의 시설이 일관된 모노레일 선로의 끝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움직임이 많을 것 같던 모노레일 선로는 완전히 고정된 채로 끝을 맞이한다. 나란히 이어지는 옆 선로와 더 이상 만남도 없이 깔끔하게 끝나버리는 모노레일의 마지막. 지상에 있어서 이 모습을 잘 볼 수 있을 뿐, 지하로 다니고 있는 지하철도 끝은 이렇게 단호하게 끝나버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