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섹터 철도 세 번째 이야기
제3 섹터 철도는 원래 JR 소속이었던 노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JR 시설을 개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영향을 받아서일까? 제3 섹터 철도는 JR 열차가 운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JR에서 운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다르면 역사와 개찰구는 물론 승강장까지 별도 통로를 통해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행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러나 유독 제3 섹터 철도는 그런 형태를 벗어나 JR과 개찰구를 같이 사용하거나 심지어 승강장까지 일부 공유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마치 역 안에 자리한 또 하나의 역인 것처럼 JR 열차들 틈바구니 안에 제3 섹터 철도 열차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열차 편성이 긴 JR 열차 사이에서 1~2량에 불과한 열차가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3 섹터 철도의 열차를 JR 열차가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제3 섹터 철도로 분리가 되었음에도 승객 편의상 여전히 JR 소속의 열차가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회사가 달라졌기 때문에 승차 요금은 철저히 구분해서 계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열차는 같아도 운행 구간이 어떤 회사 소속이냐에 따라서 승무원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차내 안내방송도 바뀌기도 한다.
비록 JR에서 독립해서 나왔지만, 여전히 JR 열차의 통행이 제3 섹터 철도의 운영 수익을 좌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꼭 여객 열차가 아니어도 화물 열차의 통과 운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도 많다. 화물 열차 통과는 주로 신칸센 개통으로 인해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된 노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태다.
한편 제3 섹터 철도 소속 열차지만 JR 구간을 넘나드는 특급열차도 있다. 산인 지역(돗토리, 구라요시)과 산요 지역(오사카, 교토)을 이어주는 치즈 급행 철도의 슈퍼 하쿠토호 열차의 이야기다. 1~2량에 불과한 대부분의 제3 섹터 철도 열차와 달리 슈퍼 하쿠토호는 산인 지역에서는 오히려 이 열차보다 긴 편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눈에 띄는 열차다. 이 열차는 우리나라 특실 급의 그린샤 좌석도 확보하고 있어서 JR 소속 열차라고 착각하기 쉽다.
이처럼 JR 특급열차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슈퍼 하쿠토호도 JR 노선이 없다면 승객 유치가 쉽지는 않다. 그만큼 치즈 급행 철도 구간에 진입하면 승하차 승객이 JR 구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열차의 전체 운행 구간에서 치즈 급행 철도 구간을 운행하는 비율이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에서 JR에 얼마나 많은 의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JR 노선의 일부 노선이었던 흔적을 여전히 볼 수 있는 제3 섹터 철도. 승강장을 거의 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열차가 나란히 정차하고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JR에서 열차까지 이관받아서 그 열차를 활용하는 회사도 많기 때문에 열차 외관만 봐서는 어떤 열차가 JR 소속인지, 제3 섹터 철도 소속인지 바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제3 섹터 철도는 JR과의 구분을 위해서라도 열차를 좀 더 화려하게 래핑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이렇게 두 노선의 경계가 되는 역은 JR 역명판과 제3 섹터 철도역명판이 혼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시설은 JR의 시설을 그대로 이관받았더라도 회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역명판만큼은 JR과 차이를 두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명판도 자세히 살펴보면 원래 있던 JR의 역명판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보다는 기존 틀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역이 더 많았다. (물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존 틀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역명판도 있다.)
제3 섹터 철도의 노선도에는 꼭 주변을 지나는 JR 노선이 함께 표기되어 있다. 그만큼 JR을 빼고는 제3 섹터 철도를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JR 노선이 있어서 제3 섹터 철도의 운영도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노선이 얽혀있는 JR 노선에서 제3 섹터 철도는 그저 연계되는 다른 노선 중 하나의 노선에 불과하지만, 제3 섹터 철도에서 JR 노선은 그 위상 자체가 다르다. JR이 제3 섹터 철도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상당히 크다.
이처럼 JR 노선과 하나가 되어 얽혀있는 제3 섹터 철도. 때로는 JR 구간인 것처럼 착각하는 구간도 많은데, 이를 인지 시켜주는 것은 제3 섹터 철도의 안내를 통해서다. 비록 열차가 JR 소속의 열차라고 하더라도 통과하는 구간이 제3 섹터 철도라면 그 구간에 해당하는 요금을 징수하고 있음을 안내문이 알려주고 있다. JR에서 발권하는 패스권은 제3 섹터 철도 구간에서 만큼은 유효하지 않은 종이에 불과하다.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위해서 친절하게 JR패스에도 세세하게 설명해놓은 제3 섹터 철도 구간 추가 요금 안내. 제3 섹터 철도 시스템 자체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제3 섹터 철도 구간을 지나는 동안 추가 요금을 징수할 때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는데, 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추가 요금에 대한 안내를 자세하게 표현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제3 섹터 철도는 알게 모르게 JR 노선에 의지해서 지금껏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