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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an 08. 2021

신칸센 개통으로 재탄생한 구간

제3 섹터 철도 다섯 번째 이야기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은 그 어떤 것도 예외 없이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때로는 좋게 변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지금보다 못하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듯 예전에 좋았던 것이 지금 나쁜 것도 있고 지금 안 좋다고 생각한 것이 나중에는 좋아질 수도 있는 법이다.

  비록 살아 숨 쉰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항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철도 역시 이런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철도는 모습은 그대로 일지 모르지만 다니는 열차에 따라서, 또 이용하는 승객에 따라서 살아있는 생물처럼 생동감 있는 변화를 거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3 섹터 철도는 교외 지역, 그 가운데 하루하루가 폐선 위기 속에서 겨우 버텨나가고 있는 구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비전철화 구간은 물론 단선 구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3 섹터 철도임에도 불구하고 쭉 뻗은 직선 주로에 전기 설비까지 갖춘 그야말로 간선철도처럼 보이는 제3 섹터 철도도 많이 볼 수 있다.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서 포기한 구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특이한 이런 구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긴 장대 편성의 열차가 진입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구간. 당연히 의심 없이 수익성이 보장된 구간인데도 제3 섹터 철도라니 여기에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신칸센 개통과 함께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된 구간.


  다른 구간과 다른 모습의 제3 섹터 철도는 사실 간선철도의 일부분이었다. 그러나 신칸센이 개통됨에 따라 승객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은 제3 섹터 철도로 이관하게 되었다. 도카이도 신칸센과 같이 초창기 신칸센의 경우에는 신칸센 개통이 재래선 수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JR이 재래선을 그대로 운영하였다. 하지만 대도시에서 조금씩 멀어질수록 중간에 있는 노선은 신칸센 개통에 큰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앞으로 개통 예정인 신칸센 구간에서도 이와 같이 간선철도였던 구간이 제3 섹터 철도로 계속 이관될 예정이라고 하니, 선로가 반듯하게 쭉 뻗은 제3 섹터 철도도 많아질 것이다. 신칸센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개통하면서 그 이면에는 운영 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노선이 생기게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구간이 펼쳐진 제3 섹터 철도 이관 구간.


  제3 섹터 철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과한 시설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직선구간을 1량에서 2량 편성의 열차가 상당한 배차 간격을 두고 운행하고 있다니, 시설이 참 아깝게 느껴진다. 특히 최소한의 시설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고 있는 일본 철도에서 정말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구간이 펼쳐진 제3 섹터 철도 이관 구간.


  열차는 최대한의 출력으로 달리고 있지만,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 주변 풍경조차 바뀌지 않는 이런 차창 풍경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눈이 감기곤 한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승객이 전면 풍경을 담을 수 없는 신칸센은 이런 지루한 풍경의 연속이기 때문에 전면부를 개방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


승강장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제3 섹터 철도 이관 구간.


  신칸센이 개통할 정도의 노선이라면 원래 제3 섹터 철도로 전환하기 전 이 노선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유동인구가 그만큼 많기 때문에 승강장도 거기에 비례해서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열차도 승강장에 가득 찰 만큼 긴 장대 편성으로 운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유동인구가 신칸센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활용 가치가 급격히 감소해버린 재래선 구간은 유지하는데도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제3 섹터 철도로 전환되거나, 시설을 축소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승강장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제3 섹터 철도 이관 구간.


  그러니까 JR의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 이 좋은 시설의 구간 중 수익성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은 제3 섹터 철도로 넘기게 된 것이다. 제3 섹터 철도는 자원봉사하는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서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가 눈에 보이는 이런 험난한 구간을 이관받아서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승강장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제3 섹터 철도 이관 구간.


  제3 섹터 철도는 이렇게 거대한 시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을까? 이 시설을 다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제3 섹터 철도는 이 많은 시설을 다 활용하기보다는 일부에 한해서만 개량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사용하고 있는 공간과 사용하지 않는 공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열차가 정차하는 공간은 계속해서 새 것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열차의 정차 범위를 벗어난 곳은 마치 DMZ를 연상하듯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세월의 풍파를 겪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의 차이가 얼마나 다른지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된 거대한 역 시설이 말해주고 있다.


1, 2량 편성 열차로 운행 중인 제3 섹터 철도.


  상당히 긴 승강장으로 인해 그 어떤 열차보다도 왜소하게 보이는 제3 섹터 철도의 열차. 1량 편성으로 운행하는 열차는 전동열차로 운행할 수도 없어서 이처럼 잘 만들어놓은 전기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신 이 전기 설비는 이 구간을 운행하는 화물열차가 대신 잘 사용 중이다.


1, 2량 편성 열차로 운행 중인 제3 섹터 철도.


  그나마 2량 편성으로 운행이 가능할 정도로 최소한의 유동 인구를 보유한 구간에 접어들어서야 잘 만들어놓은 시설을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거대한 시설이 있는 만큼, 역간격 역시 제법 길어서 이곳의 열차는 여느 구간을 운행하는 보통열차에 비해 달려야 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물론 전속력으로 달려야 해서, 만약 사람이었다면 웬만한 체력으로는 버티기도 힘들 것이다.


간선철도였음에도 단선 구간이 있었던 제3 섹터 철도 이관 구간.


  항상 복선 전철로만 이루어졌을 것 같은 간선철도지만 때로는 단선으로 이어진 구간도 만날 수 있다. 일본은 특급열차가 운행하는 간선철도 구간이라고 할지라도 철저하게 최소한의 시설로만 운행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된 구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열차가 거의 운행하고 있지 않은 지금은 이렇게 단선인 구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하행 열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열차 밀도가 빽빽했을 간선철도 시절에는 열차 시간표 만드는 일도 상당히 고도의 작업을 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차라리 바쁘더라도 간선철도 시절의 생동감 넘치던 그때가 그리울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제3 섹터 철도로 이관된 구간은 열차 빈도가 극적으로 감소하는 등 신칸센 개통의 직격탄을 맞은 채 하루하루 버티는 일이 일상화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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