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가능노선 - 1호선, 4호선
노선에 따라 단 한 번도 환승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유독 여러 번에 걸쳐서 환승이 이루어지는 노선도 있다. 1호선은 8호선과 단 한 번도 환승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반해 4호선과는 서울 내에서도, 또 서울을 벗어나서도 환승이 이루어질 정도로 빈번한 환승을 자랑한다.
동대문역 역시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환승역 중 하나다. 그러나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역 가운데 가장 환승거리가 길며, 승강장 간 높이 차이도 체감 상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환승역으로써 동대문역은 그렇게 좋은 평을 받기는 어려운 역이다.
◆ 문화재 보호 위해...서로 멀어진 승강장이 가져온 나비효과 '환승거리 ↑'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동대문역은 인근에 자리한 보물 1호 흥인지문의 보호를 위해, 1호선 승강장이 교차로에서 조금 더 벗어난 곳으로 옮기면서 4호선과 멀어지게 되었다. 만약 지금의 기술이라면 동대문역은 계단만 하나 올라가면 바로 다른 노선이 나올 수도 있었을 그런 환승역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1호선 승강장이 조금만 더 북쪽에 자리 잡았다면 '동묘앞역'으로 개통한 6호선도 '동대문역'으로 개통했을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1호선 승강장이 북쪽으로 옮겨가면서 다음역인 동묘앞역과의 역 간격이 상당히 짧아졌다. 그래서 1호선 개통 당시에는 동묘앞역이 계획에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멀어진 1호선 승강장이 무색하게도 4호선 개통과 함께 환승통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승통로는 이용 승객에 비해 상당히 협소한 공간이 되었는데, 분명 흥인지문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는 환승통로가 그렇게 좁게 느껴지지 않지만, 출퇴근 시간과 같이 승객이 몰리는 시간 대에는 환승통로부터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여유로운 공간은 아니다. 평소에는 5km/h 속도의 기자 걸음으로 환승시간이 4분 정도면 충분했지만, 출퇴근 시간만큼은 5분이 넘게 소요된 것도 정체가 이유였다.
좁은 환승통로지만 승객 간 동선이 겹치지 않는 것은 환승통로 천장에 붙어있는 유도 화살표 덕분이 아닌가 싶다. 우측통행에 익숙해진 승객들의 습관에 더불어, 천장 좌측에 빨갛게 ‘X’자로 표기해놓은 화살표를 보면 그곳으로는 가면 안 되겠다는 심리가 더해져서 통행 방향을 잘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교통약자도 원활한 환승 가능한 다양한 교통배려 시설들... 그러나 딱 한 곳이 '흠'
비록 환승거리는 길지만 동대문역은 교통약자가 이용하기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환승역이다. 높이 차가 있는 4호선 승강장에서 환승통로까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계단이 있는 곳에도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딱 한 곳이 흠인데, 4호선 대합실에서 1호선으로의 환승통로로 넘어가는 곳에 자리한 계단에서다.
이곳은 공간이 제법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물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기에도 너무 애매한 높이 차이여서 계단만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교통약자가 완전히 이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왼쪽 편에 교통약자용 리프트가 따로 설치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리프트를 조작하려면 역무원 호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1호선에서 4호선 그리고 4호선에서 1호선까지 원활하게 이어져 있는 환승통로에서 이 부분까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이전 종로3가역에 비하면 상당히 환승하기 편리한 역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1호선 대합실 쪽의 환승통로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4호선 대합실 쪽 계단이 더욱 잔상이 남는다.
현재 1호선 동대문역 승강장은 내진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승강장 자체가 조금 어수선하다. 특히나 좁은 계단은 공사 현장으로 인해 더 좁아졌는데, 다행히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계단이 여러 곳에 퍼져 있어서 승객 쏠림 현상은 크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분산효과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동대문역이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분산효과는 4호선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계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 뿐만 아니라 일반 승객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에스컬레이터와 적절한 위치에 혼재된 계단은 승강장 어느 방면에서나 승객들을 적절하게 분산시켜 놓았다.
물론 에스컬레이터 쪽이 승객의 비율은 높지만, 계단도 한꺼번에 많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방향을 여러 번 바꾸는 형태로 되어있어서 같은 높이를 올라가더라도 덜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