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로 놀다가 하나가 된 '노량진역'

환승 가능노선 - 1호선, 9호선

by 철도 방랑객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유명한 노량진은 우리나라 철도의 초석을 다진 역이다. 우리나라의 최초 철도는 서울역이 아닌 노량진역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노량진역 출구 광장에는 우리나라 철도 탄생 역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기적 소리를 울리기 시작한 노량진역은 생각보다 오랜 기간 동안 1개 노선만 운행하던 역이었다. 물론 노량진역 역시 1호선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만, 코레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부선의 일부 노선으로 9호선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지하철이 없었다.

▲ 노량진역 환승통로 개통당시 안내 배너(2015년 촬영).


◆ 우여곡절이 많았던 환승통로 개통

노량진역은 9호선 개통과 환승통로 개통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아서 9호선 개통 초기에는 많은 불편이 있었다. 현재 경의선 서울역과 다른 지하철 서울역 간 환승 방식처럼 노량진역도 환승통로 개통 이전에는 개찰구와 개찰구 간 환승으로 서로를 연결했다.


1호선 노량진역은 지상에 있는데다가 개찰구가 승강장보다 더 위쪽에 있어서 현재 환승 시간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노선 별로 각각의 출구 번호를 사용하다 보니 1, 2번 출구가 두 곳이었다. 그러나 환승통로 개통과 함께 출구 번호를 개편해서 이제는 1, 2번 출구는 1호선 몫이 되었다.

▲ 노량진역 환승게이트, 9호선은 환승 추가요금은 없지만 모든 환승역에 이처럼 환승게이트를 설치해놓았다.


지금 개통한 환승통로는 불과 100미터 내외에 불과해서 예전에 불편했던 환승이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금방 개통할 수도 있는 이런 환승통로가 늦어진 데는 민자 역사 공사와 관련이 있다. 창동 역사와 마찬가지로 노량진 역사도 민자 역사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민자 역사에서 개통하기로 한 환승통로 역시 외부 사정으로 인해 계속해서 미뤄졌다. 심지어 일부 노선도에는 1호선과 9호선 노량진역이 서로 다른 역처럼 표기되기도 했다. 1호선과 9호선은 노량진역 외에 만나는 역이 없다.


그런 점에서 노량진역 환승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자 역사에 휘말려서 불과 100미터 내외의 지하통로가 개통하는데 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샘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이라도 환승통로가 개통해서 창동역처럼 불편한 환승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9호선 노선 환승역에 있는 환승 게이트가 기분 탓인지 두 노선이 하나가 아닌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 9호선 노량진역 연결통로. 하행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더 넓혀놔서 병목현상이 그나마 덜 심한 편이다.


◆ 병목현상이 불가피한 환승구조

환승통로로 이전보다 훨씬 편리해진 노량진역이지만, 환승통로가 한 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승객이 집중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물론 용산역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하나가 더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전보다 좋아지면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랄까? 9호선은 그래도 연결통로가 넓어서 승객이 잘 빠지는 편이지만, 1호선은 섬식 승강장으로 인해 넓힐 수 있는 폭이 제한되어 있어서 역시 승강장에 긴 꼬리를 물기 일쑤다.

▲ 1호선 노량진역 연결통로. 한쪽 방향은 에스컬레이터만 되어있고, 다른 한쪽 방향은 계단으로만 되어있다.


그러나 노량진역 역시 추가로 환승통로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민자 역사도 표류하고 있는 시점에, 환승통로는 하나라도 개통한 것에 감사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다. 9호선은 다른 지하철과 달리 급행과 일반열차를 하나의 노선에서 운행 중이다. 노량진역은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주요 역이다.


일반열차가 정차할 때와 급행열차가 정차할 때, 승하차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급행열차가 정차할 때 병목현상이 더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다. 9호선은 연결통로 폭이 1호선보다는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라 오랫동안 승강장에 갇혀있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 우여곡절 끝에 개통한 노량진역 환승통로. 지금은 더 이어져서 9번 출구까지 연장되어 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노량진역 환승통로는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확장해서 이어져있다.

공교롭게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연결된 출구는 9번 출구로, 1번 출구가 만들어지고 나서 한참 후에야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1호선이 운행하고 한참 후에 9호선이 개통한 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렇게 시간 차이를 두고 개통한 두 노선이지만, 이제는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처럼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개통한 지 얼마 안 된 9번 출구 역시 다른 출구와 마찬가지로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먼 훗날 노량진역에 민자 역사가 자리 잡게 되면, 환승통로가 없어서 개찰구 밖을 나갔다 들어왔던 예전 모습과, 그에 따른 안내문들은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5월 26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16화서로 다른 분위기의 환승통로를 가진 '온수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