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강남이 있다면 인천에 부평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평은 인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부평역이 있다. 부평이 얼마나 인지도가 높은지는 부평이 들어가는 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 최초의 환승역 지위를 가지고 있는 부평역은 경인선으로 일컬어지는 1호선과 인천 지하철 1호선이 만나는 역이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1호선이 부평역에서 마주치는 것이다. 같은 1호선이면서 서로 다른 독립된 노선으로 만나는 역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부평역이 유일하다.
▲ 국철과 인천으로 노선을 구분해놓은 부평역 노선도. 복잡하게 얽힌 환승통로가 눈길이 간다.
그래서 부평역의 역 안내판이나 노선도에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 경인선의 경우 국철 1호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인천 1호선도 그냥 1호선이 아닌 인천 1호선이라는 명칭을 꼭 붙이고 있다.
인천 1호선에는 부평이 들어가는 역이 무려 4개나 되는데, 그 가운데 부평역과 부평구청역은 환승역 지위를 가진 역이다. 그 외에도 부평시장역과 부평삼거리역이 있는데, 가운데 동수역을 빼면 4개 역이 나란히 이어진다.
부평시장역에서는 인근역이 부평역과 부평구청역이라 2호선 을지로3가역, 잠실역과 마찬가지로 역명판에 같은 지명이 나란히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역 중 하나다. 이처럼 인천에서 ‘부평’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 지 체감할 수 있다.
◆ 남북으로 나누어진 1호선 출구...두 곳 모두 인천 1호선과 환승 가능해
▲ 널찍한 부평역 환승통로(지하 2층).
▲ 널찍한 부평역 환승통로(지하 3층).
1호선과 인천 1호선이 만나는 부평역은 상당히 많은 승객들이 오가는 역이다. 그래서 부평역의 환승통로는 인천에 있는 다른 환승역에 비해 훨씬 넓다. 원래는 북부역으로 불리는 북쪽 통로에만 환승통로가 있었지만, 남부역에도 환승통로가 신설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환승통로가 두 곳 있지만, 남부역의 경우 북부역에 비해 환승거리가 길어서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간에는 북부역 환승통로로 승객이 많이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 남부역에는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지만, 운행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통로가 상대적으로 좁아진 것도 북부역 쪽으로 승객이 더 많아진 원인이 되지 않나 싶다.
▲ 생각보다 이용 승객이 많지 않았던 부평 남부역 환승통로.
인천 1호선은 1호선이라는 노선에 어울리지 않게 꽤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영향으로 지상으로 다니는 1호선과 높이 차이가 제법 발생하게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환승거리도 길어지는데 일조했다. 이런 높이 차이는 넓은 환승통로 공간을 2개 층에 걸쳐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어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넓은 환승통로를 하나만 거칠 수도 있고, 둘 다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부평역은 승객들의 동선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상당히 많은 통로를 설치해 놓았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천 1호선 승강장과 지하 3층 대합실을 연결한 에스컬레이터는 우측통행이 아니라 좌측통행이라는 점이다.
다른 곳은 모두 우측통행으로 유도해놓고 유독 이 에스컬레이터만 좌측통행을 하는 바람에, 일부 승객 가운데는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가 내려가는 것인 줄 알고 잘못 탑승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통행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부평역이 말해주고 있다.
▲ 에스컬레이터 방향이 좌측통행으로 되어있어서 승객의 혼란을 유발하는 인천 1호선 연결통로.
◆ 역이름에도, 노선에도 인천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인천 지하철
우리나라 광역시 가운데 울산을 제외하면 모두 독자적인 지하철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특징이 있다면 노선을 구분하기 위해서 지역 명을 따로 사용하지 않는 점인데, 유독 인천만큼은 다르다. 부산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부산 1호선, 부산 2호선 등으로 표기하지 않고 1호선, 2호선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물론 2개 이상 노선이 있는 대구도 동일하다.
시청역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과 대전에도 시청역이 있는데, 서울시청 앞에 있는 시청역처럼 서울시청, 부산시청 등이 아니라 그냥 시청역이라 칭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에 위치한 시청역은 서울시청의 영향으로 인천시청역이라고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부평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지역에서는 지명을 뺀 1호선, 2호선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인천 1호선, 인천 2호선 등으로 노선도에 인천이라는 지명이 꼭 들어간 형태로 표기되어 있다. 인천 지하철이 아무래도 수도권 통합 노선도에 포함된 영향이 큰 것 같다.
수도권의 중심은 서울이기 때문에 서울을 중심으로 표기한 영향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인천에는 인천시청역 외에도 인천이 들어가는 역 이름이 많다. 대표적인 역으로는 인천 1호선의 인천터미널역과 경인교대입구역, 인천 2호선의 인천대공원역과 인천가좌역, 수인분당선의 인천논현역, 공항철도의 인천국제공항역 등이다.
수도권 통합 노선 운영으로 인천에는 인천 1, 2호선을 포함해서 부산보다 많은 6개 노선(1호선, 7호선, 수인분당선, 공항철도)이 운행 중이다. 그러나 서울과의 구분을 위해 ‘인천’을 붙여서 사용해야 하는 역과 노선으로 인해 명칭이 길어지게 되었다.
길어진 명칭이지만 인천을 더 잘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개통한 5호선 하남 구간에서 미사역을 제외하면 역 이름에 하남이 들어가는 것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6월 30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