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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Nov 12. 2019

에비노 고원선이라는 애칭이 있는 철도

킷토선(吉都線) 두 번째 이야기

  킷토선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노선이 지나는 곳은 에비노 고원이라는 높은 고원지대를 통과하는데, 그래서인지 노선 이름에 에비노 고원선이라는 애칭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에비노 고원선이라는 애칭이 붙게 된 에비노가 붙은 역들.


  실제로 노선 중간에는 '에비노'로 이어지는 역이 세 곳 등장한다. 에비노는 다른 지역의 지명과 달리 히라가나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별도의 한자 표기가 없는 지명으로 보였다.


에비노 고원선이라는 애칭도 함께 표기된 구글 지도.


  구글 지도상에도 에비노의 지명을 찾을 수 있는데 다른 도시와 달리 히라가나로 표기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상용하지 않는 어려운 한자로 된 지명이거나 고유 일본어 지명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그곳을 거의 관통하는 킷토선은 에비노 고원을 그대로 통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사가 느껴질 정도로 가파른 구간을 통과 중인 열차.


  아무리 기계라고 하더라도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사에 상당히 민감한 철도는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눈에 띌 정도로 상당히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열차는 엔진 소리가 구슬프게 들릴 정도로 상당히 힘겨워하고 있었다.


열차는 최대한 속도를 내어보지만 40km/h 정도의 속도를 겨우 낼뿐이다.


  열차 소리만 들으면 100km/h는 충분히 내고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속도계가 가리키는 숫자는 40에 불과하다. 그만큼 에비노 고원은 열차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악명 높은 구간인 듯싶다. 반대로 내리막일 때는 그 어떤 구간보다 더 신나게 달리는 열차를 느낄 수 있다.

  엔진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음에도 열차는 충분히 빠른 속도로 신나게 내려가니 말이다. 물론 곡선구간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빠른 속도를 유지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엔진도 휴식하고 열차도 나름대로 빠르게 달릴 수 있으니 힘들게 올라온 수고로움을 금세 잊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열차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고차가 많이 나는 킷토선은 같은 노선임에도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속도차가 상당히 심한 구간이다. 그러니 같은 경치를 보더라도 차창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내륙의 험준한 산악지형을 따라 이어지는 킷토선.


  킷토선을 타고 있으면 광활한 대륙이 느껴진다. 지구본을 보고 있으면 규슈는 점 하나 찍힐 만큼 미미한 땅이지만, 킷토선 열차에 오르면 이 섬도 바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이 들어오는 내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상당히 험준한 산악지형이 이어져서 미야코노죠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끝없는 오르막을 올라도 주변 지형보다 높다고 느껴지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도 강원도 동해안을 갈 때 끝없는 고지를 오르는데, 여기가 딱 그런 느낌이다. '거의 다 올라갔겠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다시 오르막을 마주하게 되면 '도대체 오르막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다. 


고도가 높은 이곳에도 마을은 존재한다.


  어느 정도 올라갔을까? 험준한 산악지형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킷토선에도 제법 큰 마을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나무 한 그루 쉽게 볼 수 없는 이곳에 운집되어 있는 주택들을 보면 그래도 큰 도시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그런데 도로를 보아도, 그 옆의 인도를 보아도 다니는 차량이나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많은 집이 빈 집은 아닐 건데, 이렇게까지 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런 영향으로 철도 역시 이용 승객이 적은 모양이다.


유래가 깊은 킷토선.


  지금은 힘겹게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킷토선이지만, 이 노선은 이미 개업 100년을 넘긴 역사가 깊은 철도다. 킷토선도 제국주의 시절 한창 철도 건설이 성행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화하는 세월의 흐름 속에 킷토선도 새찬 바람 앞의 희미한 등불처럼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킷토선의 또 다른 종착역인 요시마츠역.


  마치 과거사 박물관을 거쳐온 듯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도착한 곳은 킷토선의 종착역인 요시마츠역. 이 역도 미야코노죠역과 마찬가지로 환승역이다. 여기서 이어지는 노선은 히사츠선으로,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철도 중 하나인 곳이다.


히사츠선 열차와 나란히 정차해 있는 킷토선 열차.


  킷토선보다 더 험준한 지형을 스위치백과 루프 터널로 통과하는 히사츠선. 그래서인지 킷토선에 비해 열차 빈도도 높고 열차편성도 길다. 그래도 무언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요시마츠역. 정작 있어야 할 승객들이 승강장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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