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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Nov 18. 2019

특급열차를 보통열차로 만들어버리는 구간

세키쇼선(石勝線) 세 번째 이야기

  세키쇼선은 일본 철도 노선 가운데서도 상당히 특이한 구간을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칸센이 아닌 재래선의 경우, 특급열차가 없는 노선은 있어도 보통열차가 없는 노선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것이 당연한 것은 보통열차가 모든 역을 정차해주기 때문에 노선이 운송수단으로써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열차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간에 일부 역을 건너뛰는 쾌속열차를 시작으로 주요 역만 정차하는 특급열차에 이르기까지 더 높은 등급의 열차가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키쇼선은 보통열차를 볼 수 없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구간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세키쇼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구간. 바로 보통열차가 없는데 특급열차가 다니는 구간이다.


  세키쇼선의 특별한 구간은 신유바리역에서부터 신토쿠역까지 4개 역에 걸친 구간이다. 이 구간의 시간표를 보면 보통열차를 볼 수가 없는데, 주로 시무캇푸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역들은 대부분 정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역 간격. 인접역들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20분에 달하는 소요시간으로 인해 4개 역임에도 불구하고 신유바리역에서 신토쿠역까지는 1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사진의 오른쪽을 보면 보통열차가 운행하지 않고 특별열차만 운행하는 구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구간에 해당되는 노선이 유일하게 세키쇼선의 신유바리역에서 신토쿠역 간 구간이다.

  이렇게 특례 구간이 있는 이유는 바로 청춘 18 티켓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고려한 장치인데, 청춘 18 티켓은 1년에 3차례에 걸쳐서 JR의 보통열차만 무제한으로 이용이 가능한 패스권을 의미한다. 그런데 보통열차가 다니지 않는 구간에서는 이 청춘 18 티켓을 사용할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예외조항으로 둔 것이 바로 특례 구간이다. 그러니까 세키쇼선의 신유바리역에서 신토쿠역까지는 청춘 18 티켓 소지자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특급 요금 없이 특급열차를 이용해도 괜찮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구간만큼은 특급열차가 보통열차의 역할까지 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구간만 이용하는 승객에 한해서 특급열차의 특급 요금을 지불할 필요 없이 승차권만으로 특급열차를 탑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거리에 따른 승차 요금과, 열차 등급에 따른 특급 요금, 그리고 좌석 등급에 따른 지정석 요금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구간을 이용하더라도 보통열차를 탈 때와 특급열차를 탈 때 요금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 이 구간만큼은 적어도 특급열차가 보통열차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차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별도의 보통열차를 투입하지 않아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고, 승객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한 열차를 보통열차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간에 좋은 제도임은 분명해 보였다. 이렇게 JR홋카이도에서는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통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구간의 역들.


  보통열차를 볼 수 없는 구간의 역들. 역명판을 보면 인접역들이 맞다. 그러나 역 간격이 상당히 길어서 몇 개 역을 통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이 구간은 마을도 구경하기 힘들 만큼 인적이 드문 구간이다. 그래서 도중에 간이역 조차도 필요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역 간격이 길다 보니 짧은 구간을 자주 다니는 보통열차가 감당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었나 보다.


신유바리역을 기준으로 보통열차를 볼 수 있는 구간과 볼 수 없는 구간으로 나뉜다.


  그 시작인 신유바리역. 원래 신유바리역은 유바리 지선구간과 세키쇼선 구간으로 나누어졌지만, 이제 유바리 지선이 폐선되면서 인접역은 한 줄만 남게 되었다. 이 역명판을 보니 유바리 지선이 없어졌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위쪽의 역명판은 유바리 지선이 있을 당시 신유바리역의 역명판)


토마무역의 시간표. 모든 열차가 특급열차다.


  신유바리역이나 신토쿠역은 한 방향이라도 보통열차가 다니기 때문에 보통열차 시간표를 볼 수 있지만, 시무캇푸역과 토마무역은 보통열차 시간표 자체가 없다. 승객들이 보통열차가 없다는 것에 의아해할까 봐 비고란에는 모든 열차가 특급열차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긴 편성의 특급열차가 정차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무인역에 비해서 긴 승강장을 가진 토마무역.


  무인역으로 운영 중인 토마무역. 그런데 승강장은 다른 무인역과 많은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이 역에는 1량 편성의 짧은 열차가 정차하는 것이 아니라 긴 편성의 특급열차가 정차하기 때문이다. 비록 역무원은 없을지라도 정차하는 열차가 다르기 때문에 승강장도 그에 맞게 커졌다.

  그리고 무인역에서 볼 수 있었던 정리권 또한 이 역에서는 발급하지 않는다. 특급열차에는 승무원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열차가 다니지 않는 구간의 무인역은 보통열차가 다니는 구간의 무인역과 이렇게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신토쿠역은 세키쇼선과 네무로 본선의 경계역이면서 보통열차 유무를 나뉘는 역이기도 하다.


  열차는 토마무역에서 또 한참을 달려야 그다음 역에 도착하는데, 그곳이 바로 신토쿠역이다. 이 역도 신유바리역과 비슷한 점이 많다. 보통열차의 유무를 가르는 경계역인 것은 물론, 일부 인접 노선의 열차가 끊어진 것도 동일하다. 물론 유바리 지선은 노선 자체가 폐선되어서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지만, 신토쿠역의 인접 노선인 네무로 본선은 자연재해로 인해 열차가 다니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원인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신토쿠역에서 후라노역으로 이어지는 네무로 본선의 내륙 구간은 유바리 지선 못지않게 승객이 적은 구간이어서 복구가 늦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열차가 끊긴 구간은 유바리 지선과 같이 대체 버스가 열차 시간에 맞춰 운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신토쿠역에 와서야 비로소 볼 수 있는 보통열차.


  동일한 네무로 본선이지만 오비히로 방면으로는 보통열차가 운행 중이다. 이 열차 덕분에 신토쿠역에서 보통열차를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열차는 세키쇼선과 무관한 열차로, 앞으로도 신토쿠역에서 출발해서 세키쇼선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는 특급열차 외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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