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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Nov 21. 2019

시코쿠에서 내륙을 느낄 수 있는 노선

요도선(予土線) 첫 번째 이야기

  시코쿠 철도에서 시코쿠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노선은 세토대교 아래로 지나는 세토대교선(일본명: 세토오하시센)이다. 그러니까 이 세토대교선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타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에게는 접근하기 힘든 노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요도선은 이 세토대교선과 거의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는 시골 철도다. 이 노선의 끝에서 세토대교까지 가려면 특급열차라도 최소한 한 번 이상의 환승이 필요할 정도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물론 시코쿠 섬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거리로는 그렇게까지 멀지는 않으나, 신칸센이 없는 시코쿠라서 체감상 걸리는 시간은 길다.


요도선의 위치. 주변 지명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요도선이 있는 지역의 주변은 일본인도 낯설어할 정도로 익숙한 지명이 없다. 그만큼 잘 알려진 관광지도 없거니와,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지인의 유입이 더 정체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낯선 곳에도 열차는 철길을 따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요도선의 시작 우와지마역.


  요도선의 시작은 요산선과 만나는 우와지마역에서부터 시작한다. 생소한 역 이름 치고는 역의 규모가 예사롭지가 않다. 따뜻한 시코쿠에서도 더 따뜻한 남쪽 끝단에 자리한 우와지마역. 그래서 가로수가 열대림인 것은 당연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역보다 역 위의 호텔이 더 커 보이는 우와지마역. 이 역은 정말 끝에 위치한 역임을 알 수 있다.


우와지마역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터미널식 승강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와지마역은 역에 도착한 열차가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아 나와야만 하는 터미널식 승강장 구조로 되어있다. 승강장의 길이도 측면 승강장과 중간 승강장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측면의 긴 승강장은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승강장이고, 중간의 짧은 승강장은 보통열차가 정차하는 승강장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급열차가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앞과 끝을 동시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긴 편성은 아니다. 열차가 들어와 있을 때의 우와지마역은 열차가 없을 때의 모습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승강장 규모에 비해 턱없이 짧아진 열차가 한 몫한다.


요도선을 운행하는 원맨 1량 편성 열차. 맞은편에는 요산선의 원맨열차가 대기 중이다.


  짧게 느껴지는 중간 승강장 역시 열차가 들어와 있으면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이제 이곳에서 출발하는 보통열차는 1량 편성의 원맨열차 뿐. 요도선 외에도 요산선까지, 두 개의 노선이 함께 있는 역임에도 불구하고 열차들이 승강장에 여유롭게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운행하는 열차 빈도가 낮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요도선이 시작되는 기타우와지마역.


  요도선은 조금 특이해서 실질적인 노선과 열차가 운행하는 노선의 역들이 다 다르다. 요도선을 운행하는 열차가 편의를 위해서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역까지 더 운행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실질적으로 요도선의 시작을 알리는 기타우와지마역은 특급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작은 역에 불과하다.

  기타우와지마역을 지나야 본격적으로 요도선 만의 경치를 느낄 수 있는데, 요도선의 시작은 높은 언덕이 맞이해준다. 그 언덕을 넘으면서 시코쿠 내륙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시코쿠의 주요 노선들은 대부분 해안가를 끼고 운행하거나 바다를 넘는 노선이 대부분인데, 그 바다와 멀어져서 이어지는 노선이 요도선이다.


요도선은 시작과 함께 높은 언덕을 넘더니 본격적으로 내륙에 진입하였다.


  세토대교를 넘어 우와지마까지 오는 내내 해안가의 익숙한 풍경만 바라보다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산을 보니, 새로운 곳에 온 기분이 물씬 든다. 해안선에서 자유로워진 철도는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순리대로 자신의 길을 연다. 그것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폭과 어울리지 않는 상당히 긴 승강장.


  높은 언덕을 빙글빙글 돌아서 내려온 열차는 순탄한 평지길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물길과 같이 요도선 역시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으로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궤도에 자라난 풀이 자연친화적인 철도를 만든 것 같다. 그곳으로 잘 꾸며놓은 정원 같은 역이 펼쳐진다.

  승강장 폭을 보면 역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좁지만 의외로 승강장 길이는 끝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길기만 하다. 태생부터 승객의 빈도를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선 시골 철도로 보였던 요도선도 원래는 이렇게 긴 승강장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승객들이 이용했던 노선이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역이라는 개념보다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는 낮은 담벼락같이 느껴질 정도로 요도선의 역들은 기차역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요도선은 열차 빈도가 낮지만, 그렇다고 승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요도선은 빈 좌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승객을 태운 채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비록 열차 빈도는 낮지만, 열차가 운행하는 동안에는 다른 노선의 열차들 부럽지 않게 운송수단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같은 열차를 이용하고는 있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처럼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사람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약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눈을 붙이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 바깥 경치에 푹 빠져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이 좁은 공간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교행을 위해 대기 중인 열차. 그런데 승강장 폭이 너무 좁게 느껴진다.


  승객들은 열차가 역에 오래 머무르고 있어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항상 있어왔던 일처럼, '언젠가 출발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지 열차 내에서 자신이 하던 일을 하는데만 집중한다. 그중에도 철도를 좋아해서 기차에 오른 승객들도 있기 때문에 운전사는 열차의 출발시간을 미리 알려준다. 그래서 안심하고 담아볼 수 있었던 교행 장면.

  단선 철도에서 교행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철도가 도로와 달리 한 개의 선로만 있어도 쌍방통행이 가능한 것도 바로 이 교행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열차 교행이 주는 소소한 재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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