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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Nov 23. 2019

시만토 강과 하나가 되어 이동하는 철도

요도선(予土線) 두 번째 이야기

  요도선의 매력은 산과 강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코쿠에 있는 대부분의 철도가 해안선을 따라 이어져 있다 보니 바다를 더 많이 볼 수 있지만, 요도선은 내륙으로 들어가는 철도기 때문에 해안가에서 벗어나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노선 중간부터 시작해서 거의 끝까지 이어지는 시만토강은 요도선의 풍경에 한층 풍미를 더해주었다. 그래서 이 노선의 애칭이 시만토강 그린 라인이라고 불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철도 애호가의 사진 셔터가 항시 울려 퍼지는 요도선.


  이 시만토강과 어우러진 요도선의 풍경은 다른 지역의 승객을 불러들이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사진을 담으러 카메라를 가지고 열차를 찾은 승객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연신 셔터를 울리며 요도선이 가진 아름다운 풍경을 담느라 시간 가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시만토 강의 풍부한 유량이 요도선의 경치를 만들어준다.


  사진을 담는 그룹에 동참해서 같이 풍경을 담아보았다. 시만토강은 오염과는 거리가 먼 이곳 요도선을 따라 때 묻지 않은 맑은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보는데도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원래 물은 이렇게 깨끗한 것인데, 오염된 도시의 물을 보면 참 안타깝기만 하다.

  

그 길 따라 이어진 철도. 경춘선의 옛 모습과 흡사하다.


  시만토강이 흐르는 대로 따라 이어지는 요도선은 복선 전철화로 망가지기 전 경춘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곡선이 많은 철도는 열차를 느리게 달릴 수밖에 없게 만들지만, 그 느림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운 경치를 선물해준다. 일본 시골 철도가 단순히 운송에 그치지 않고 여행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철도와 도로 그리고 강이 하나가 되어 이어지는 구간.


  철도와 강물이 같이 흘러가는 것을 질투하는지, 어느새 가운데 도로가 끼었다. 물론 이 도로도 열차가 간간히 다니는 요도선만큼이나 한산하다. 아스팔트만 보면 마치 어제 새로 개통한 도로처럼 깔끔한 것이 원래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때로는 서로의 방향을 바꾸어 나가기도 한다.


  항상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일 것 같았던 요도선과 시만토강은 서로의 마음이 틀어졌는지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강이 흐르는 대로 요도선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통해 시만토강을 건넌 것이다. 그로 인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정한 풍경만 감상하는 일도 없어졌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면 싫증 나기 마련이다. 요도선과 시만토강은 그것을 아는지 이렇게 방향을 한 번 바꾸어 줌으로써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마을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역.


  한편 요도선은 마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한쪽은 마을 또 한쪽은 가파른 산이 이어져있는 것을 보아 산기슭에 철도를 만든 것 같다. 아무래도 마을을 가로지를 수는 없으니 대안책으로 산길을 이용했나 보다. 요도선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터널을 뚫는 것보다 이렇게 높은 곳이라도 산을 깎아 노선을 만드는 것이 더 공사하기도 쉽고 비용이 적게 들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철도를 건설한 듯싶다.


높은 곳에 위치해서 더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


  지금처럼 직선으로 또 터널과 교각으로 건설을 했다면, 빨리는 달릴 수 있겠지만, 철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앗아가기 때문에 운송수단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길 따라 굽이굽이 만들어진 철도는 비록 속도는 뒤처질지 모르지만 잊고 지나갈만한 것을 상기시켜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무조건 빠르게만 달리면 분명 중요한 것을 간과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철도가 단순한 운송수단에 그치는 것은 어느 지역을 가나 특색이 없는 열차로 통일되고 있고, 철도 역시 기존의 모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운영하기 편한 방향으로만 바꿔나가기 때문이다. 빨라야 하는 것과 느려야 하는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철도가 지역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고, 철도 애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닐까?


구보카와역에 가까워질수록 교각과 터널의 빈도가 늘어나는 요도선.


  요도선도 우리나라 철도를 빙자하는 구간이 있다. 바로 구보카와역에 가까워는 구간의 요도선이 거기에 해당된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와지마역 부근에서 보여준 요도선의 모습과 너무도 다른 모습이 익숙하지 않게 느껴진다.

  인공미가 가득한 교각과 터널의 연속. 갑자기 이렇게 변하니, 열차는 있는 힘껏 달리지만, 태생이 느리게 달릴 수 있는 구간에 맞춰 설계된 까닭에 금세 지쳐버릴 것만 같았다. 물론 너무 정직한 직선으로 뻗어나가다 보니 달려도 달려도 끝은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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