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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Nov 27. 2019

잠깐 방황했다 다시 집을 찾아 들어온 구간

요도선(予土線) 세 번째 이야기

  요도선은 다른 시골 철도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노선이 이어진다. 우선 출발하는 열차의 시종착역이 요도선이 아닌 다른 노선의 역을 경유하는데, 양방향 모두 다른 노선을 경유해서 종착역이 되는 것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거기서부터 예사롭지 않은데, 더 나아가서 JR이 아닌 다른 노선을 경유했다가 다시 JR역으로 향하는 것은 요도선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있는 특징이다.

  그 길목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본 시골 철도에서 보기 드문 인공적인 철도를 거쳐야 한다. 흔히 시골 철도라 함은 구불구불한 철길과 평지가 보이지 않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지만,  요도선의 구보카와역 방면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터널과 교각의 연속으로 쭉 뻗어있는 선로가 이어지는 구간.


  터널이 끝나가는 지점에는 높은 교각이 이어지고, 교각이 끝나갈 즈음에는 다시 터널로 진입하고, 또 그렇게 교각이 나타나는 요도선 구보카와역 인접구간. 게다가 역도 터널이 지나면 바로 나오는데, 직선 구간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어색함의 연속이었다.

  더군다나 열차는 엔진 소리를 최대한 내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워낙 쭉 뻗어있는 선로로 인해 전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체 노선이 다 이렇게 진행되었다면 '원래 이런 철도인가 보다.'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반대편인 우와지마역 방면은 자연의 흐름 그대로 거스르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곡선을 이어 나갔기에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터널이 끝날 즈음 어디선가 선로가 하나 더 등장한다.


  계속해서 직선으로 이어지던 요도선에도 변화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것은 요도선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다른 노선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노선은 제3섹터 철도인 도사 구로시오 철도. 요도선의 실질적인 끝은 열차의 종착역인 구보카와역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도사 구로시오 철도와 합류하면서 끝이 나는 것이다.


그 선로는 서로 거리를 두다가 요도선이 마음을 열면서 하나의 선로가 된다.


  도사 구로시오 철도와의 만남과 함께 모처럼 곡선으로 꺾이는 요도선. 그리고 그 꺾임은 조금 더 길어져서 결국 도사 구로시오 철도와 하나가 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요도선은 시작과 끝이 열차의 종착역과는 별개로 마무리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JR역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와카이역의 역명판


 두 노선이 합류한 후에는 더 이상 요도선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여기부터는 JR 소속의 요도선이 아니다 보니 역의 풍경도 변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역명판. 이 역명판이 요도선의 역명판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역 이름 위에 적혀있는 '요도선 접속 역'이라는 문구다. 만약 이 와카이역이 요도선에 해당되는 역이었다면 굳이 요도선의 접속 역이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여태껏 요도선에서 봐왔던 역명판도 와카이역의 역명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 흔한 JR마크도 없고, 요도선의 역 번호인 'G'로 시작하는 번호도 볼 수가 없다. 대신 도사 구로시오 철도의 역 번호인 'TK'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물론 역 번호 역시 도사 구로시오 철도에서 이어지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회사가 바뀌기 때문에 승무원과 운전사도 바뀌는 모습.


  서울 지하철 1, 3, 4호선은 서울메트로의 운행 구간이지만 코레일과 공동 운행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서울시내의 구간은 서울메트로 소속이고 서울시계를 벗어나면 코레일 소속이지만(1호선 예외) 그 경계를 넘었다고 해서 승무원이 바뀌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그러니까 한 열차는 한 승무원이 구간에 상관없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우리나라 철도의 운영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은 구간에 따라서 승무원 교대가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회사 별 경계를 오가는 열차는 같은 열차라고 하더라도 운전사와 승무원의 교대 장면을 볼 수 있다.

  열차는 그 경계를 넘나들지만, 승무원은 마치 남북 대치 상황을 보듯 더 가보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게 하나의 특정 구간만 계속해서 반복 운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역이지만 역명판이 다른 구보카와역


  요도선 열차의 종착역인 구보카와역은 다시 JR을 만날 수 있는 역이다. 그러나 역 번호를 보면 요도선의 역 번호인 G를 찾을 수 없다. 그러니까 구보카와역은 요도선과 무관한 노선임에도 요도선 열차의 종착역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위치에 나란히 자리한 구보카와역의 역사 건물


  이 구보카와역은 도사 구로시오 철도와 JR의 역사 건물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역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붙어있다. 하나의 역만 있어도 커 보이는 이 역에 제법 큰 역사가 둘 씩이나 자리 잡고 있으니 역이 더 휑하게 느껴졌다.


JR관련 패스 사용 시 별도 운임이 필요함을 표시한 안내문


  이 도사 구로시오 철도로 인해 요금 정산이 복잡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 티켓을 구매하게 되면 회사에 관계없이 구간별 요금을 각자 적용하면 되는데 JR과 관련된 패스라면 말이 달라진다. 구보카와역에 있는 JR과 관련된 패스는 2종류. 일본인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청춘 18 티켓(세이슌 18 킷푸)과 외국인 전용인 JR패스가 이에 해당된다.

  공통된 내용은 JR선이 아닌 와카이역에서 구보카와역 구간은 JR패스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 구간에 해당하는 요금인 210엔을 지불하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요도선은 처음과 끝이 상당히 요란하게 이어진다. 만약 요도선 구간에 특급열차가 한 역이라도 거쳐갔다면, 다른 노선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접근하기 힘들지만, 수많은 장면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요도선은 우리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주 친근하다. 비록 일본인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지명들이 많은 노선이지만, 그 생소함을 이겨내는 특별한 힘이 지역 주민들 외에 철도에 관심 있는 다른 지역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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