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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01. 2019

끝 모를 직선이 이어지는 노선

오미나토선(大湊線) 첫 번째 이야기

  일본 혼슈 섬의 북쪽을 보면 마치 사람이 두 팔을 나란히 편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해안선을 그리고 있다. 츠가루 반도와 시모기타 반도라 불리는 이 두 반도가 이와 같은 지형을 만들었는데, 그 반도에는 나란히 철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시모기타 반도를 지나는 철도는 시모기타선이 아니라 이 노선의 마지막 역인 오미나토역의 이름을 따서 오미나토선이라 불리고 있다.


오미나토선의 위치.


  이 오미나토선의 특징이라고 하면 시골 철도임에도 불구하고 직선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상당히 길다는 것인데, 반도 자체가 젓가락처럼 가늘게 직선으로 쭉 뻗어있어서 그런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오미나토선은 JR 소속이지만 이 노선의 유일한 접속 노선은 신칸센 개통과 함께 제3 섹터 철도로 바뀐 아오이모리 철도라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아오이모리 철도와 접속하는 노헤지역.


  오미나토선의 시작은 노헤지역으로, 이 역에서 접속할 수 있는 다른 노선에 JR은 없다. 대신 이 오미나토선을 연결해주는 철도는 아오이모리 철도로, 원래는 도호쿠 본선이라는 JR의 간선철도였지만, 도호쿠 신칸센의 개통과 함께 이제 JR 관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운영 중인 철도가 되었다.


아오이모리 철도의 노헤지역 역명판.


  그런 영향으로 아오이모리 철도 구간의 노헤지역 승강장에는 오미나토선의 승강장에서 볼 수 있는 역명판과 디자인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아무리 신칸센으로 인해 열차 빈도가 많이 줄어든 아오이모리 철도라고 하지만 단선 철도인 오미나토선에 비하면 열차가 자주 다니고 있어 보였다. 열차 역시 1량과 2량이 번갈아가며 운행하는 오미나토선과 달리 아오이모리 철도는 2량 편성 열차만 다니고 있는 것도 운영이 어려운 타 지역 제3 섹터 철도와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오미나토선의 처음 시작은 곡선이다.


  시작부터 비교가 되는 오미나토선과 아오이모리 철도. 복선 전철화 구간으로 쭉쭉 뻗어있는 아오이모리 철도(좌측)와 달리 오미나토선은 전기 설비도, 복선 구간도 찾아볼 수 없는 단출한 단선 철도다. 게다가 곡선으로 꺾이기까지 해서 영락없는 시골 철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 길을 내달리는 오미나토선.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엄청난 반전이 있었다. 비록 단선 철도는 그대로지만, 아오이모리 철도가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오미나토선도 끝없는 직선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거의 지평선인 이곳에서 철도까지 평평하게 직선으로 이어지다 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활주로처럼 반듯한 직선만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 철도가 도심이 아닌 땅 끝으로 향하는 외곽 철도라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이렇게까지 직선으로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느껴진다. 이렇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직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을 보면 사람의 손을 탄 곳이 거의 없다.

  어쩌면 이렇게 직선으로 연결이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인적이 드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가는 길. 그 길에는 광활한 대지만 이어질 뿐, 그 어떤 것도 이 열차를 반겨줄 만한 상황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게 열차는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만 반복하고 있었다. 


풍경은 바뀌어도 직선 철도는 변함이 없다.


  그나마 열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은 바뀌고 있었던 주변 풍경에서였다. 다른 반도에 비해 길쭉하고 폭이 좁았던 시모기타 반도의 특성상 오미나토선은 바다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바다를 마주하였다. 물론 철도가 바다를 찾아 움직였다기보다, 반도가 직선으로 달리는 철도에 맞춰 해안선을 형성해 주었다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마을도 찾아볼 수 없었던 차창 풍경. 그래서인지 마주오는 열차도 없었던 노선.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행 구간 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언제쯤 교행 구간이 나올까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적어도 노선의 중간 지점은 되어야 그 교행 구간을 마주할 것만 같았다. (실제로 이 노선 전체를 통틀어서 교행 구간은 딱 중간 지점의 한 곳에 불과하다.)


중간역은 거의 대부분 이렇게 같은 철도 사진에 풍경만 바꾼 듯 상당히 일정하다.


  교행역이 한 곳에 불과하다 보니 대부분의 역은 1선 1승강장 형태로 되어있다. 그런데 그 역들 마저도 직선으로 이어지는 오미나토선에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같이 쫙 펴진 반듯한 직선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오미나토선은 노선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 이후 일정 거리를 두고 역이 하나 둘 형성된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역들이 마치 하나의 역을 보는 것처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을 수가 있을까?

  같아 보이지만 다른 역임을 표시해주는 것은 사람이 사는 마을도 아니고 직선과 곡선이 이어지는 철도도 아닌 자연 풍경이었다. 심지어 이곳에 역이 왜 있는지 모를 정도로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오미나토선의 역을 보면서 열차 빈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았다. 


오미나토선의 마지막 역인 오미나토역은 승강장이 곡선이다.


  그렇게 직선으로만 이어지던 오미나토선. 마지막 역인 오미나토역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승강장부터 곡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직선으로 이어지다 보니 특유의 철도 소음도 듣기 힘들었던 노선. 선로 교환도 없다 보니 덜컹거림과 중심을 잡기 힘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서, 이 노선이 정녕 시골 노선이 맞는지조차 의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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