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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03. 2019

철도 팬의 마지막 역이 있는 노선

오미나토선(大湊線) 두 번째 이야기

  오미나토선은 열차 빈도가 그렇게 높지가 않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노선을 통틀어 딱 한 곳에만 마련되어 있는 교행 시설이다. 열차는 주로 1량 편성이 많으나, 그래도 간간히 2량 편성이 보일 정도로, 승객이 없어서 씨가 마를 그럴 노선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시골 철도의 경우 원래 교행 시설이 있었는데, 지금은 걷어내고 그 흔적만 남아있는 구간은 생각보다 많지만, 오미나토선처럼 그 흔적조차 찾기가 어려운 노선은 흔치가 않다. 애초에 이 노선은 교행 구간을 단 한 곳만 염두에 두고 만든 노선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1량 편성 열차를 제법 볼 수 있는 오미나토선.


  오미나토선은 새롭게 도입한 듯 윤기가 흐르는 열차가 다니고 있다. 전면부가 완전히 개방되어있는 구조의 열차 덕분에 직선으로 가득한 오미나토선의 풍경을 담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새롭게 보이는 이 열차로 인해 오미나토선은 시간이 멈춘 듯 보이는 이전 구간의 열차들과 사뭇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사람도 옷을 어떻게 입냐,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같은 사람도 다르게 보이듯, 철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편 일부 열차는 중간에 몇 개 역을 건너뛰는 쾌속열차로 운행되고 있는데, 이 열차에도 이름이 있다. 노선 이름은 오미나토선이지만, 열차 이름에는 오미나토가 아닌 시모기타가 들어간다. 반도 이름이 시모기타 반도라 그렇게 반영된 것처럼 보였다. 쾌속열차가 보통열차보다 더 짧은 오미나토선. 가까이 가는 승객이 더 많은 모양이다.


오미나토선의 유일한 교행 구간 진입 장면.


  교행 구간 없이 끝까지 달릴 것만 같았던 오미나토선 열차는 노선의 거의 절반 지점에 다다르면서 처음으로 양갈래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노선에는 이런 장면이 상당히 많은데 교행이 정말 보기 힘들었던 오미나토선이어서 그런지 상당히 반갑게 느껴졌다.


맞은편 열차는 2량 편성 열차가 보인다.


  그곳에는 2량 편성의 열차가 진입해 있었다. 승강장이 1량 편성 열차에는 좀 길게 느껴졌었지만, 2량 편성 열차가 진입한 걸 보면서 승강장 길이가 왜 길어졌는지 이해가 되었다. 오미나토선을 운행하는 열차는 마치 대형 케이블카나 일본의 케이블 철도를 보는 것 같다. 양 끝 지점에서 거의 동시에 출발한 열차가 가운데서 한 번 마주치고, 다시 제 갈길을 가서 거의 동시에 다시 반대편 지점으로 도착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교행역인 무츠요코하마역. 중간역 중 이 역 외에 2개의 승강장을 가진 역을 찾을 수 없다. 


  유일한 교행 장면을 볼 수 있는 역은 무츠요코하마역. 무츠는 오미나토역이 위치한 곳의 도시 이름이다. 무츠 지역의 요코하마여서 이렇게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이 지명이 두 개의 한자가 결합된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영어 표기다. 가운데 부분에 하이폰('-')이 들어갔다는 것은 두 지명이 결합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자 표기 그대로 대륙의 끝이 바로 이 시모기타 반도를 달리는 오미나토선이다.


무츠요코하마역 승강장의 모습. 오미나토선의 다른 중간역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외롭게 한 선만 달려온 열차는 모처럼 2개 이상의 선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열차는 만남의 기쁨도 잠시, 다시 제 갈길을 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한동안 열차의 진입으로 시끌벅적했던 무츠요코하마역도 다시 정적에 휩싸여 버리고 만다.


철도 팬의 종착역인 오미나토역.


  오미나토선의 마지막 역은 오미나토역으로, 홋카이도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노선의 종착역이다. 이 역이 그런데 혼슈의 최북단역이 아닌 이유는 그 전 역인 시모기타역보다 살짝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곳에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특별한 표식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세로 쓰기로 오미나토역이라고 적현 현판 우측에는 철도 팬의 종착역(てっぺんの終着駅)이라는 문구가 있다.

  철도 팬에게는 가장 끝에 있음에도 최북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해서 아쉬움을 담은 내용이었을까? 승강장에도 다른 역에서 볼 수 없는 몇몇 표식들이 있긴 하지만, 철도 팬이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위키피디아 일본어판 오미나토역을 찾아보아도 이와 관련해선 크게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정말 이 현판에 담긴 글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혼슈 섬의 최북단역인 오미나토역과 오미나토선의 끝 지점.


  그것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는 노선의 끝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오미나토역을 지나서도 충분히 더 이어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오미나토선. 그러나 보이는 것처럼 이 역을 지나 반도의 끝까지 더 나아갈 수 없음을 인지할 수밖에 없다. 2%가 부족한 오미나토역. 그래서 철도 팬들이 더 찾는 그런 역이 되었을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이 날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 멀리까지 온 진정한 철도 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오미나토역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동질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역명판을 새로 바꾼 오미나토선. 일부 역에서는 한글과 중국어도 볼 수 있다.


  오미나토선의 역명판도 2%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역의 역명판에 한해서 중국어(왼쪽)와 한국어(오른쪽)가 표기가 되어있을 뿐, 나머지 역에는 그냥 일본어와 영어만 적혀있다. 그런데 중국어와 한국어는 역명판에 스티커 같은 것을 붙였는지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오미나토역 주변 마을.


  한편 오미나토역이 있는 곳은 중간역이 있는 동네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은커녕 집조차 찾기 어려웠던 오미나토선의 중간지점들과 달리 이곳은 거짓말같이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인지 오미나토역 주변을 걸어 다니다 보면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고, 차도 제법 볼 수 있다.

   오미나토선은 이렇게 큰 마을과 다른 큰 마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최대한 짧게 이어 주기 위해서 직선 길을 선택한 모양이다. 짧게 이어진 그 끝은 철도 팬을 반겨주는 역이 오늘도 승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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