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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06. 2019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깃든  노선

가라츠선(唐津線) 첫 번째 이야기

  일본 서부에 자리 잡은 규슈 섬에는 7개의 현이 자리 잡고 있다. 후쿠오카나 나가사키 등 우리나라와 가깝다 보니 지명만 말해도 웬만큼 다 들어봤을 이름들이 규슈의 7개 현 중 하나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유독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는데, 후쿠오카현과 나가사키현 사이에 있는 사가현이다.

  사가현은 면적도 그렇게 넓지 않은 데다가 큰 도시 가운데 관광명소로 알려진 곳도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여서 규슈 섬을 벗어나면 일본에서도 헷갈릴 수 있는 지명이다. 왜냐하면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코 호수가 있는 시가현과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사가현의 중심을 관통하는 철도가 있다. 그런데 이 노선의 이름은 사가선이 아니라 해안가 쪽의 종착역 지명인 가라츠를 사용해서 가라츠선이라 불리고 있다.


평행하는 두 노선을 이어주는 가라츠선.


  가라츠선은 횡으로만 이어지는 사가현의 철도를 묶어주는 종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사가 지역의 철도를 벌집처럼 촘촘하게 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선 자체가 짧기 때문에 역도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가라츠선에 속해있는 역들은 제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얼핏보면 쌍섬식 승강장 같지만, 이어지는 선로를 보면 가라츠선 전용 승강장 역할을 하는 사가역.


  가라츠선은 구보타역에서 시작되지만, 열차는 승객의 환승 편의를 위해서 인근 역인 사가역까지 운행하고 있다. 사가역은 전동 열차만 있어서 항상 조용한데, 디젤 열차인 가라츠선 열차가 진입함으로 인해 모처럼 기차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디젤 열차의 존재감은 어디를 가도 뒤처지지 않는다.

  사가역은 조금 특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똑같은 쌍섬식 승강장으로 보이지만, 가라츠선 열차가 다니는 구간은 승강장만 넘어가면 다음과 같이 선로가 일반적인 모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원래 가운데 승강장이 메인 승강장으로, 특급열차를 비롯해서 자주 다니는 열차들이 정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사가역은 한참 동안 대기하고 있는 가라츠선 열차가 특급열차가 있을법한 가운데 승강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우측 사진의 선로를 유심히 살펴보면 왜 가라츠선 열차가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가운데 선로는 통상 주행하고 있는 노선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직선으로 반듯하게 뻗어있고, 측면 승강장이 대피 선로처럼 가지치기해서 옆으로 빠져나간다.

  사가역도 우측 선로(하행선)를 보면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좌측 선로(상행선)를 보면 대칭형으로 직선이 뻗어져야 할 것 같았던 가운데 선로가 오히려 우측 메인 선로로 합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신 좌측 선로는 측면 선로가 반듯하게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측면 선로가 메인 선로처럼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가라츠선 열차가 오랜 시간 사가역에서 대기를 하더라도 측면이 아닌 가운데 승강장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또 가운데 승강장을 사용함으로 인해 다시 가라츠 방면으로 돌아갈 때도 선로 변환을 많이 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실질적인 가라츠선의 시작인 구보타역.


  그러면 실질적으로 가라츠선을 구분할 수 있는 구보타역은 어떻기에 열차가 사가역까지 가는지 살펴보았다. 먼저 구보타역은 보이는 것처럼 놀랍게도 무인역이었다. 역도 상당히 아담해서 시골 노선의 중간역을 보는 느낌이 더 강하다. 가라츠선 열차는 이 구보타역을 지남과 함께 단선 철도인 가라츠선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사가역에서 구보타역까지 합류하는 나가사키 본선이 복선으로 이어져 있다 보니 교행에 대한 느낌은 없지만, 사실 구보타역은 가라츠선 열차들의 교행역이기도 하다. 우측 사진에서 보이는 열차가 바로 방금 가라츠선을 지나 사가역으로 향하는 열차기 때문이다. 그 열차가 구보타역에 도착하면, 가라츠선으로 진입하는 열차가 선로를 바꿔서 가라츠선에 진입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기와집을 연상하게 하는 오기역.


  가라츠선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오기역은 구보타역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양반이 살고 있는 기와집을 보는 것처럼 웅장한 규모의 건물이 눈에 띄는데,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범상치 않은 역명판이다. 다른 역의 역명판은 글자만 다를 뿐 배치나 배경색이 동일하지만, 오기역은 다른 것은 다 같지만 역명판 배경을 조금 바꿔서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꽃단장을 한 오기역 역명판.


  비록 지역 주민들은 매번 보는 역명판이어서 그런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눈이 마주친다면 분명 시선이 집중될 수 있어 보였다. 꽃 바탕은 단순히 바탕에만 그치지 않고 글자에도 녹아들게 했는데, '오기(おぎ)'라는 글자를 히라가나로 쓸 때 글자마다 점이 들어가는 것을 잘 이용해서 산뜻하게 보였다.


승강장이 정원같은 오우치역.


  다음 눈에 띄는 역은 오우치역으로, 승강장에 아주 잘 가꾸어놓은 나무가 있었다. 가라츠선은 단선철도와 조금 다른 느낌의 역이 많다. 주로 1개 선로에 교행 시설도 없이 당장 없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간이형 승강장만 자리하고 있는데 반해 가라츠선은 이상하게 큰 역이 제법 눈에 띈다.

  그 역들을 다른 역들처럼 평범하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 엿보이는 모습들이다. 비록 승객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이려는 모습이 만들어내는 가라츠선 만의 특징은 점점 더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호수에 온 듯 마음까지 뻥 뚫리는 오니즈카역.


  가라츠역으로 진입하기 전 마지막 비전철 구간인 오니즈카역도 다른 역에서 보기 힘든 풍경으로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섬나라인 일본의 지리적 특성상 바다를 끼고 있는 승강장은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강 위에 떠있는 듯 근접해있는 역은 바다에 가까이 있는 역보다 많지는 않다. 전기 설비가 없어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비전철 구간으로 좁혀보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게다가 강 쪽 방향으로 높은 담벼락도 없다 보니 마치 배 위의 갑판에 올라와있는 듯한 묘한 느낌도 받는다. 승강장이 넓지 않기 때문에 오는 착시현상일 수도 있지만, 경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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