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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Dec 08. 2019

디젤과 전동 열차 모두 다니는 구간이 있는 노선

가라츠선(唐津線) 두 번째 이야기

  가라츠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선철도로 이어지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가라츠선의 마지막인 니시가라츠역에서 가라츠역까지의 한 구간은 나머지 구간과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가라츠역부터 합류하는 치쿠히선 열차도 편의상 니시가라츠역까지 운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치쿠히선을 운행하는 열차는 전동 열차로, 전기 설비가 없으면 운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여태 볼 수 없었던 전기 설비가 있는 철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가라츠선을 운행하는 열차도 니시가라츠역까지 다니고 있기 때문에 니시가라츠역에서 가라츠역 사이는 디젤 열차와 전동 열차를 모두 볼 수 있다.


가라츠선에서 볼 수 있는 열차들


  디젤 열차는 원래 가라츠선을 다니는 열차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지만, 전동 열차가 가라츠선을 경유하는 것은 단 1구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없는 차량이기도 하다. 그리고 디젤 열차는 대부분 2량에 불과한 짧은 편성으로 다니고 있지만, 전동 열차는 적게는 3량, 많게는 6량까지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열차에 풍기는 분위기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디젤과 전동 열차 모두 볼 수 있는 두 역.


  가라츠역과 니시가라츠역은 가라츠선에 속해있는 노선인지 치쿠히선에 속해있는 노선인지 헷갈릴 정도로 가라츠선에서 보던 모습과 너무 다르다. 이 두 역의 역명판에는 역 번호가 있는데, 이는 가라츠선의 역명판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물론 전기 설비를 갖춘 모습도 치쿠히선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또 가라츠역에 가까워지면서 고가 철교로 바뀌는데 이 또한 기존 가라츠선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다.

  가라츠역의 역명판에는 인근 역이 세 곳이 적혀있는데, 와타다(わただ) 역 방면이 치쿠히선이고, 오니즈카(おにづか) 역 방면이 가라츠선이다. 반면에 니시가라츠역은 두 노선 모두 공통적으로 가는 역으로, 니시가라츠역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라츠역을 거쳐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니시가라츠역에는 오직 가라츠역만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치쿠히선과 가라츠선이 서로의 길을 걷기 전 모습.

  가라츠역에 합류하기 직전 가라츠선은 고가 철교로 진입하는데, 그전까지 평지에서 주변 마을과 경계 없이 지나왔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것은 치쿠히선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렇게 바뀐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두 노선이 만나자마자 바로 서로 선로 교환을 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가라츠역에 다다라서야 서로 선로 교환이 이루어진다.


하나인 듯 또 따로 노는 가라츠선과 치쿠히선.


  이 두 노선이 하나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아마도 전기 설비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가라츠선 열차들은 디젤 열차기 때문에 치쿠히선 선로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전동 열차인 치쿠히선 열차가 가라츠선 선로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선로 교환 시설이 필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두 노선은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서로 다툼이라도 한 듯 평행선을 걷고 있는 듯 보였다. 이렇게 따로 노는 것이 가능했던 것은 두 노선 모두 열차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시작과 끝은 모두 전기 설비를 갖춘 역이 된 가라츠선. 처음과 끝만 보면 가라츠선도 전기 설비를 다 갖춘 노선으로 착각할 수도 있어 보였다.


가라츠역의 승강장.


  열차들은 가라츠역에 진입한 후 마치 종착역인 마냥 한참을 정차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실제로 가라츠역이 종착역인 열차도 제법 있는데, 그것은 가라츠역에서 그다음 역인 니시가라츠역까지의 선로를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다시 단선으로 바뀌는 가라츠선.


  니시가라츠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라츠역을 거쳐야 하는데, 그 가라츠역을 지나고 나면 딱 하나의 선로만이 니시가라츠역으로 향한다. 그런 이유에서 니시가라츠역에 있는 열차가 가라츠역까지 와주어야만 다음 열차가 니시가라츠역으로 출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부득이하게 가라츠역이 교행역 역할뿐만 아니라 중간 종착역 역할까지 하고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수도권 전철의 가장 북쪽에 자리 잡은 소요산역과, 서울 7호선 장암역이 딱 이런 구조로 되어있어서 각각 그 전 역인 동두천역(수도권 전철)과 도봉산역(7호선)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중간중간에 있는 것이다.


차량기지와 함께 있는 니시가라츠역.


  니시가라츠역까지 단 하나의 선로만 이어지던 가라츠선은 마치 나무가 가지치기하듯 많은 선로를 만들어내는데, 정작 니시가라츠역 승강장으로 향하는 선로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니시가라츠역까지 온 열차는 다음 열차가 니시가라츠역으로 향할 수 있게 다시 가라츠역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물론 운행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면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고 진행했던 방향 그대로 차량기지로 향할 수도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 온 열차들은 다시 다음 운행을 위해 가라츠역으로 돌아가는 열차가 더 많다. 종착역이지만 단 하나의 승강장만 가지고 있는 니시가라츠역. 그래서 많은 열차를 수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후쿠오카 지하철과 직결 운행하는 6량 편성 열차.


  그럼에도 니시가라츠역의 승강장이 긴 이유는 후쿠오카 지하철과 직결 운행하는 6량 편성 열차도 수용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열차는 치쿠히선을 거쳐 후쿠오카공항까지 운행하는 열차다. 물론 디젤 열차가 다닐 수 있는 가라츠선과는 거리가 먼 열차다.

  치쿠히선의 합류로 인해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가라츠선. 비록 가라츠선을 운행하는 열차는 아니지만, 이 전동 열차들로 인해 가라츠선의 마지막은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짧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라츠선의 역은 열차들도 동참해서 함께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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