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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Oct 10. 2019

폐선 일자가 정해진 시한부 노선

삿쇼선(札沼線) 첫 번째 이야기

  일본 북쪽에는 홋카이도라 불리는 섬이 있다. 우리식 한자 발음으로는 북해도. 다른 일본의 섬들과 마찬가지로 이 홋카이도에도 철도가 상당히 많이 건설되기 시작해서 지도에 빼곡히 표시될 정도였다. 그러나 고령화와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홋카이도 철도노선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삿쇼선의 위치. 삿쇼선 운행 열차는 홋카이도 중심의 삿포로역부터 운행한다.


  삿쇼선은 홋카이도 중심도시인 삿포로 근교에 있는 시골 철도 노선이다. 이 노선은 삿포로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운행되는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승차인원이 없어서 폐선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 노선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삿포로에서 가까이 위치한 노선은 전철화 공사가 진행될 정도로 열차 빈도가 오히려 늘어났다면, 조금 멀리 떨어진 구간은 하루에 단 한 번만 운행할 정도로 열차 빈도가 꾸준히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노선이 유지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놀랍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결국 이 삿쇼선 북쪽 구간도 내년이면 폐선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삿쇼선 폐선을 알리는 공고. 몇 개월 후인 내년 5월이면 이 노선도 이제 지도상에서 볼 수 없다.


  삿포로(정확히는 삿포로 다음 역인 소엔역부터 시작됨)에서 출발하여 홋카이도 의료대학역(일본명: 홋카이도이료다이가쿠역)을 거쳐 신토츠카와역까지 이어지는 삿쇼선. 그 가운데 홋카이도 의료대학역에서 신토츠카와역까지는 열차 빈도가 줄고 줄어서 급기야 하루에 한 대만 운행하기에 이르렀다. 시간당 4~5대가량 운행 중인 삿포로역에서 홋카이도 의료대학역 구간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구간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미리 폐선 공고를 통해 이 노선을 이용해 온 지역 주민들과 철도 마니아들에게 이별을 고할 시간을 준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런 내용을 알아서일까? 열차가 지나가는 동안 마지막일 될지 모를 열차 운행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가는 사람들을 꽤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기관사도 이렇게 사진 찍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인지 사람들이 불쑥 철도 근처에 나타나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적을 한 번씩 더 울려주면서 열차를 찾아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열차 안전에는 위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열차와 숨 쉴 수 있기에 철도 마니아 층이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열차 사진을 담고 있는 사람. 뒤에 있는 차는 이 사람이 타고 온 차량이다.


  사실 이 삿쇼선 북쪽 지역은 인적이 상당히 드문 곳으로, 마을은 커녕 도로에 차도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 열차가 다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당연히 유동인구를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 그나마 열차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외지에서 찾아온 승객들이 아니면 좌석조차 다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승객이 적다.


세 자리 숫자를 볼 수 없었던 승차인원.


  삿쇼선의 반대편 종착역인 신토츠카와역에는 하루 승차인원을 집계해놓은 달력이 있다. 이 달력은 삿쇼선을 이용하는 승객이 얼마나 없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숫자를 찬찬히 살펴보면 아무리 승객이 많이 와도 50명을 넘긴 날이 단 하루(3월 10일)에 불과할 정도로 승객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도시의 큰 역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명의 승객이 정신없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을 것이지만, 삿쇼선은 그런 풍경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노선버스 한 대의 좌석도 채우기 힘든 이런 노선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놀랍게 느껴지기만 한다.

  삿쇼선의 역들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인지 승강장도 상당히 아담하다. 물론 열차도 1량에 기관사가 승무원 역할까지 하는 원맨열차로 운행 중이다. 그러니까 철도 위를 달리고 있는 버스라고 생각하면 이곳을 운행하는 열차가 어떤 열차인지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그 모습은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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