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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an 04. 2020

열차는 많지만 자동 개찰구 하나 보기 힘든 동부 노선

산인선(山陰線) 세 번째 이야기

  산인선은 서부 노선과 동부 노선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시골 노선으로 전원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서부 노선은 대부분 단선 철도인 데다가 전기 설비도 갖추지 않아서 디젤 열차가 존재감을 뿜어내며 다니고 있다. 하지만 동부 노선도 비록 단선 철도지만 전기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통근 열차가 있을 정도로 학생도 많고, 특급 열차가 다닐 정도로 중장거리 이용 승객도 많은 전형적인 도시 노선이다.

  풍경은 도쿄나 오사카처럼 선로가 쉴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열차가 서로 얽혀서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긴 편성의 열차가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와 시골 철도의 중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산인선 동부 노선의 시작인 교토역.


  산인선의 시작은 교토역으로, 여기서는 산인선이라는 이름보다 사가노선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교토역 31번 승강장에 표기된 사가노(산인) 선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산인선의 교토역은 반대편의 시모노세키역과 달리 인접역이 한쪽 방향으로만 표시되어 있다.


교토역 산인선 구간은 다음과 같이 터미널 역으로 되어있다.


  그 이유는 산인선 승강장이 터미널식 승강장으로, 들어온 열차가 반드시 온 길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쪽 방면으로만 인접역이 표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종착역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교토역은, 이렇게 산인선으로 인해 종착역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산인선의 동부를 다니는 열차들. 서쪽으로 갈수록 열차 편성도 짧아지고, 열차 종류도 줄어든다.


  그렇게 산인선의 시작을 알린 교토역은 다양한 열차가 꽤 많은 승강장에 걸쳐 운행하고 있지만,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열차 빈도도 줄어들고, 열차 편성도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급기야 기노사키온천역을 지나면 전기 설비마저 끊겨서 본격적으로 시골 철도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열차도 한 시간에 한 대 운행하는 것도 버거워 보일 정도로 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산인선 동부 노선의 주요 역들. 왼쪽 상단부터 지그재그로 후쿠치야마, 기노사키온천, 하마사카, 돗토리역이다.


  일본은 마치 점을 찍은 것을 보는 것처럼 특정 지역에 한해 갑자기 큰 도시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록 산요선처럼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도시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큰 역들이 존재한다. 이 역은 보통열차의 경계역으로도 운행되는 한편, 특급열차의 시종착역이 되어주고 있다.


주요 역임에도 자동 개찰구가 없는 산인선의 역들. 위 사진 그룹과 같은 역이다(위치 동일).


  그런데 주요 거점역이라고 하는 큰 역에도 볼 수 없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동 개찰구다. 지하철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자동 개찰구는 그만큼 많은 승객이 이용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표와도 같다. 역무원이 일일이 승객의 표를 확인하려면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력도 많이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 철도라면 필수 요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인선의 역에서 자동 개찰구는 교토역에서나 볼 수 있는 산물이 되었다. 그런데 주요 역이라고 하더라도 승객이 그렇게 많지 않은지 줄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열차 간격도 제법 길어서 열차 발차(発車) 시간표가 수시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열차들도 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 마치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급열차로 교토역을 지나서 30여 분 지나면 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교토역에서 특급열차로 30여 분 정도 지나기 전의 차창 풍경은 그래도 나름 도시의 모습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사람이 모여사는 마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듯한 자연의 모습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이렇게까지 급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도 다른 풍경에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마치 산인선의 열차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직접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동부 노선.


  한편, 산인선 동부 노선은 서부 노선과 달리 바다가 보이기까지 제법 많이 이동해야 한다. 그래서 마치 내륙을 달리는 노선처럼 느껴진다. 완전한 평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넓은 농경지가 펼쳐진 모습을 보니, 바다가 펼쳐진 차창 풍경처럼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다 대신 강을 끼고 한참을 이동한다.


  대신 산인선 동부 노선은 바다가 아닌 강을 끼고 이동한다. 종류는 다르지만 물을 느끼며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열차는 대부분 전동 열차여서 강과 같이 조용함을 유지하며 이동하였다. 바다를 달리는 구간은 디젤 열차가 다녀서 파도 소리와 경쟁하듯 소리를 뿜어내는데, 강을 달리는 구간은 조용히 흐르는 강에 맞춰 열차도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산인선은 동부 노선과 서부 노선이 마치 색깔의 보색 관계를 보듯 완전히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도 성격이 제각각이듯, 이름이 같은 산인선도 구간별로 나누면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열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천에 닿을 듯 말 듯한 버드나무가 인상적인 기노사키 온천지구.


  전철화 구간의 마지막 역인 기노사키온천역은 다음과 같이 이국적인 풍경을 맛볼 수 있다.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인선. 이제 기노시키온천역을 지나서부터 본격적으로 바다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관광객을 위한 주변 지도를 직접 그린 기노사키온천역 안내판.


  이 기노사키온천역은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처럼 보였다. 그 관광객을 환영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변 지도 안내판은 이렇게 손수 그려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웬만한 정성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세세하게 신경을 쓰기 어려운데, 이것만 보더라도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이 묻어났다.


기노사키온천역을 경계로 전철화 구간과 비전철화 구간으로 나뉜다.


  기노사키온천역을 기준으로 서부 구간은 비전철화 구간, 동부 구간은 전철화 구간으로 나뉠 수 있다. 그만큼 바다와 가까워지는 구간은 열차 빈도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비록 열차 빈도는 줄어들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바다의 풍경은 동부 구간에서 여태껏 보지 못했던 산인선의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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