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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방랑객 Jan 18. 2020

가시이선을 두 개의 노선처럼 만들어버린 가시이역

가시이선(香椎線) 첫 번째 이야기

  가시이선은 운영 방식이 다른 노선과 조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전체 노선이 16개 역에 불과할 정도로 길지 않지만 전체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는 아침 출근시간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공통적으로 중간에 종착역으로 사용하는 역이 있는데, 가시이선의 이름이 붙은 가시이역이다.


가시이역이 시종착역처럼 된 가시이선.


  가시이선의 시간표를 보면 가시이역을 기준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물론 가시이역이어서 가시이역을 기준으로 이렇게 나타냈을 수도 있겠지만, 승강장에 가보면 마치 가시이역이 하나의 종착역인 듯 열차가 승강장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침 일부 열차를 제외하면 모두 가시이역까지만 운행 중인 가시이선.


  실제로 열차 시간표를 아침 시간을 제외하면 모든 열차의 행선지는 가시이역까지만 되어있다. 그것은 우미역 출발 열차(좌)나 사이토자키역 출발 열차(우)나 동일하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우미역을 오가는 열차가 사이토자키역을 오가는 열차에 비해 2회 더 많이 운행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가시이선은 어느 방향이나 승객이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열차 편성도 2량으로 어느 방향이나 동일하다.


가시이역으로 들어온 열차는 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비율이 높다.


  전후로 역이 계속 이어짐에도 유독 가시이역에서만 오랫동안 정차했던 열차들. 그 열차는 아침 시간 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왔던 방향으로 다시 되돌아간다. 그렇게 가시이역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종착역의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전기 설비가 있는 역이 가시이역 뿐이어서 전지 충전을 위해 오래 머무르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시이선에 디젤 열차가 운행하던 시절에도 가시이역이 시종착역 역할을 했었기에 딱히 충전을 위해 가시이역에 멈춰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열차 운행 빈도가 많이 차이나는 가 싶었으나, 열차 빈도도 거의 비슷하게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시이역이 시종착역으로 활용 중임을 알 수 있는 차내 안내판.


  가시이선의 열차들은 열차 내부에 있는 안내판에도 전체 노선도가 아니라 가시이역을 기준으로 진행방향의 역들만(또는 시작 역에서 가시이역까지만) 표시되어 있었다.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 같은 계통의 차량이지만 마치 다른 구간을 운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가시이선 전 구간을 완주하려면 가시이역에 내려야 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가시이역이 규슈의 간선 철도인 가고시마본선을 지나서 가고시마본선의 열차들과 환승 편의를 위해 유동적인 운행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지선 철도는 간선 철도의 열차 운행에 맞춰 시간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요 역에서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2~30분까지 열차가 대기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아마 가시이선의 가시이역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역번호를 보면 하나의 노선으로 이어져있는 가시이선.


  그러나 역 번호만큼은 JD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같은 이름의 노선임에도 운행하는 열차에 따라, 구간에 따라 역 번호가 달라지는 홋카이도 철도와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열차는 1번 또는 16번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기로에 처해있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두 종착역. (왼쪽이 사이토자키역, 오른쪽이 우미역이다)


  그런데 이 노선의 끝 역인 사이토자키역과 우미역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준다. 두 역 모두 1선 1승강장 형태로 되어있다. 그리고 선로가 더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데 선로가 끊어졌다는 것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이토자키역은 승강장을 확충하고 있는데, 우미역은 원래 승강장이 더 있었으나 지금은 시설을 폐쇄한 흔적이 남아있다.


자동 개찰구가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왼쪽이 사이토자키역, 오른쪽이 우미역이다)


  사이토자키역은 승강장을 확충함에도 불구하고 자동 개찰구는 하나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미역은 도시의 중간역을 보는 것처럼 자동 개찰구 수도 많다. 두 역은 시간 대에 따라 무인역이 되었다가 유인역이 되었다가 하는 유동성이 있는 역처럼 보였다. 


한산한 곳에 자리한 두 종착역. (왼쪽이 사이토자키역, 오른쪽이 우미역이다)


  한편 사이토자키역은 흑백 사진을 보듯 밋밋한 반면 우미역은 칼라 사진을 보듯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둥글둥글한 사이토자키역의 지붕과 뾰족하고 날카로운 우미역의 지붕 역시 대비되는 부분이다. 가시이역으로 인해 단절된 두 역. 마치 우리나라와 북한의 모습을 보듯 너무도 다르게 바뀌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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